하반기 경영 환경도 ‘답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 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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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7-0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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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대규모 M&A 등 그룹 혁신 고심

  • 정의선 '수소모빌리티+쇼' 참석 예정, 배터리 큰 그림도 구상

  • 최태원, SK이노베이션 투자 가속화... 새로운 '지속가능' 새 화두

  • 구광모, 취임 2년 맞아 미래 성장동력 발굴 총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이 올해도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미·중 갈등, 일본의 경제 도발 등 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전에 없는 위기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4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해 여름휴가 시즌에도 일본의 경제 도발로 ‘비상경영체제’까지 가동하며,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바 있다.

◆바닥이라던 지난해보다 올해 상반기 실적 더 하락... ‘축나는 곳간’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전망치가 있는 187개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 평균치)는 24조5862억원이다. 현실화되면 지난해 동기 대비 5분의 1(22.2%)이나 줄어들게 된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담당하는 계열사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조1494억원, 358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8%, 71.1%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38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LG전자도 올해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낮아진 4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시 살아나며, 이들 사업을 하는 삼성과 SK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예측되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베이스 인포빅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경제 도발 등의 여파로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60%나 급감했다. 지난해 바닥을 지나 올해 서서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업계의 기대가 코로나19로 완전히 좌절된 셈이다. 4대 그룹 총수에게 올해도 여름휴가가 언감생심이 된 이유다.

◆마음 급한 이재용 부회장, 대규모 M&A 등 그룹 혁신 구상 들어갈 듯
가장 마음이 급한 것은 이 부회장이다. 불법 경영권 승계 관여 의혹 등으로 4년 넘게 검찰에 시달리며,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경영에 앞장섰던 그가 2016년 11월 미국의 전장업체인 하만 대형 인수합병(M&A) 이후 별다른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게 단적인 예다.

다행히 최근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결로 한숨 돌린 상태다. 하지만 이제 산적한 현안을 챙겨야 하는 만큼 휴식은 물 건너간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현장 챙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공개적인 현장 경영은 지난 6월에만 네 번이나 이뤄졌다. 15일에는 경기 평택과 기흥, 수원사업장을 잇따라 찾아 DS(디바이스솔루션)와 IM(IT·모바일)부문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경기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불과 4일 후 이 부회장은 또다시 경기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CE(소비자가전) 부문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상반기 마지막 날이자 일본의 도발 1년이 된 30일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충남 천안사업장을 직접 찾아, “지치면 안 된다”면서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등으로 그룹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름휴가 대신 위기 돌파를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구광모 회장도 미래 먹거리 발굴 고심
평소 별도로 여름휴가를 잘 챙기지 않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현안을 챙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룹을 친환경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하반기 첫날부터 정 수석부회장은 세계 처음으로 열리는 수소모빌리티 전시회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이날 개막하는 행사장을 찾아, 우리나라 수소경제를 이끄는 큰 축으로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 업계 관계자들과 그 방향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기차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조만간 만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이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 협력 방안에 대해 의논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중 ‘그린 뉴딜’의 핵심 분야이기도 하다.

삶이 있는 직장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상징적으로 휴가는 낼 가능성이 높지만, 휴식을 취하며 경영구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최 회장의 경우 최근 주력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 등에 나섰다.

‘지속가능’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지난 29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절박감이 사뭇 달라졌다”며 “기존과는 다른 관점과 다른 수준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도 현안 점검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으로 바쁜 여름을 보낸다. 지난 29일 그룹의 총수로서 2년을 맞은 그는 ‘젊은 LG’라는 구광모 체제를 완성했다. 내부적인 혁신을 완성한 만큼 외부 확장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재계 관계자는 “종합경기BSI 7월 전망치는 73.7로 22년 만에 최저였던 지난달(68.9) 대비 4.8 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우려할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도 이렇다 할 성장 모멘텀이 없어 총수들이 직접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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