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1년]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한국’ 저력 보여줬다... 이재용 등 수장 적극 대응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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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6-2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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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와덴코 등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줄줄이 타격... 한국 반도체는 전화위복

  • 불화수소 수입액 전년비 85.8% 감소 성과... 소재 국산화 적극 나선 기업·정부 역할 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본의 경제 도발에도 선방하며, ‘반도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은 국내 기업에 피해를 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반도체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으나, 오히려 자국 기업이 더 큰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각사 수장들이 정부와 함께 문제해결에 적극 동참한 결과다.

◆ 쇼와덴코 등 일본 주요 반도체 소재 관련 업체 큰 타격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쇼와덴코, 카네카 등 주요 반도체 소재 관련 업체의 주가가 최근 1년간 급격하게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에 관련 소재 제품을 납품하는 곳이다.

쇼와덴코(불화수소)의 경우(일본 닛케이지수 기준) 수출규제 정책 발표 이전이 2019년 6월 28일 주가가 3170엔이었으나 지난 6월 26일 2474엔으로 1년간 21.0% 떨어졌다. 그 폭이 더 큰 카네카(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같은 기간 4050엔에서 2774엔으로 31.5%나 폭락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닛케이지수는 21,275에서 22,512로 오히려 5.8% 올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과 관련 업체들로 전체적인 상승 국면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다. 일본의 다른 동종 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이들 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 이들 3가지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해 국내 반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일순간 ‘패닉’에 빠진 바 있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결과적으로 한국에 판매를 의존하던 자국 기업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3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843만6000달러보다 85.8% 줄었다.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도 작년 같은 기간 43.9%에서 올해 12.3%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기술의 국산화에 나선 덕분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잇따라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일부를 국산, 중국산 등으로 대체했다. 동시에 일본산 기체 불화수소 일부는 미국 메티슨 등 기업 제품으로 대체했다.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소식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내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기체 불화수소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투입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높은 기체 불화수소까지 국산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액체 불화수소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도 내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진쎄미켐 또한 올 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공장 증설을 확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코로나19에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직원(오른쪽)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정부와 민간 성공적 대응... “취약한 부분 여전 지원 계속돼야”
일본의 경제도발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역할이 꼽힌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해 대응했으며, 100대 핵심품목에 대해 기술개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과 최 회장 등 업계의 대표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고 업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룹 수장으로서 빠른 결정과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견해다.

이들은 당시 공통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신속하게 현안에 대응했다. 이 부회장의 경우 당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직접 현지를 방문했을 정도다. 최 회장도 반도체 부문 최고 경영자들을 잇달아 일본에 파견해 신속한 조치를 했다. 이들이 가진 일본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 등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협력사-산학-친환경 상생활동을 통해 국내 반도체산업 전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K칩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도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회의 자리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대학, 지역사회, 중소 협력사 등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의 주요 언론도 최근 수출 규제 정책으로 자국 기업의 피해가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수출규제 후 1년이 지난 현재 우리 반도체 생태계가 더욱 단단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취약한 부분이 많은 만큼 정부도 지속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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