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비즈니스 노트북 시장의 절대 강자 '씽크패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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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6-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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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을 모르는 이들은 있어도 '스카치 테이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에 낙인을 찍은 데서 브랜드(Brand)의 어원이 유래했듯, 잘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제품을 깊게 각인시킨다. 광고계의 거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브랜드는 제품의 이름과 성격, 가격과 역사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무형의 집합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주경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이 된 한국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구글 딥마인드 관계자들은 '알파고 서울'이라고 적힌 종이 상자를 챙겼다. 상자 안에는 있는 것은 에어캡으로 꽁꽁 감싼 '씽크패드 X1 카본' 노트북이었다.
 

구글 관계자가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씽크패드' 노트북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영화 '알파고' 스틸샷]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는 중앙처리장치(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280개가 병렬로 연결된 슈퍼컴퓨터로 구동된다. 구글 측은 데이터센터 내 슈퍼컴퓨터를 직접 가져오지 않았다. 노트북에 설치된 터미널 프로그램을 통해 연산 결과만 태평양 건너 서울의 대국장 한복판으로 불러들였다.

'세기의 대국'을 위한 노트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씽크패드의 위상을 보여준다. 씽크패드는 2014년 누적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IBM이 씽크패드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92년이다. 씽크패드라는 이름의 유래는 단순했다.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가죽 장정의 공책에는 사내 슬로건인 '씽크(Think)'가 쓰여져 있었는데, 당시 IBM 수석 기획자 데니 웨인라이트는 새로운 노트북 제품군에도 이 같은 이름을 붙일 것을 제안했다.

업계 최초의 10.4인치형 컬러 디스플레이와 120MB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 486 프로세서를 갖추고도 2.9㎏에 '불과한'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세상을 매혹시켰다.

씽크패드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당대의 투박한 노트북과는 사뭇 다른 디자인이었다. 모티브가 된 것은 일본의 전통 도시락이다. 검정색 상자 안쪽에 붉은 옷칠이 조합된 색감, 다양한 반찬을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도록 구성된 내부 칸막이는 설계를 맡은 디자이너 리차드 사퍼에게 영감을 줬다. 이 도시락은 지금도 일본에 위치한 씽크패드의 연구시설 야마토연구소에 보존돼 있다.
 

'씽크패드' 노트북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일본 도시락. [사진=레노버 홈페이지]

'빨콩'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트랙포인트 또한 씽크패드의 트레이드마크다. 키보드의 G, H, B키의 한 가운데에 있는 빨간색 동그라미는 씽크패드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키보드에서 손을 뗄 필요 없이 검지 손가락 끝으로 트랙포인트를 지긋이 누르면 마우스 커서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는 혁신 그 자체였다. HP 등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 역시 앞다퉈 비슷한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안정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씽크패드의 특징이다. 씽크패드가 우주 공간으로 보내진 최초의 노트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안정성이 바탕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1년간의 내구성 테스트를 거쳐 무중력과 저밀도 환경 안에서도 씽크패드의 작동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씽크패드는 1993년 허블 우주 망원경의 수리라는 임무를 띄고 우주 왕복선 인데버와 함께 우주로 향했다. 현재에도 씽크패드는 국제 우주정거장과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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