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장 “인간과 로봇은 상호보완적 협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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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0-06-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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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로봇의 중요성‧상용화 더욱 앞당겨

  • 로봇은 인간의 보조적 존재…로봇윤리 관련법 등 검토할 시기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경계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로봇은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서로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으로 협동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장이 로봇의 일자리 침투를 우려하며 기자가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로봇의 활용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늘었다. 미래사회 로봇의 역할에 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또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아직 사람들이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관해 익숙하지 않아서다.

로봇연구 외길을 걸어온 문 원장은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미래로봇의 변화 양상과 역할, 로봇산업의 방향성, 그리고 로봇산업진흥원의 향후 계획까지 모두 명확했다. 마치 해결책을 읽어주는 지능형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봇산업에 평생을 바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한국 로봇산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지난해 7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조로봇전국투어 2회 행사에서 문전일 원장이 시연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한국로봇산업 세계 4위 목표…수요중심 시장 창출로 생태계 육성

문 원장은 한국 로봇 산업이 처한 현실에서 우선 세계에서 인정할 만한 로봇 강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로봇 산업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문 원장은 우선 세계 5대 로봇 강국인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 4위까지 진입하길 희망했다. 세계 5대 로봇 강국은 미국, 독일,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각각의 국가마다 강점도 달랐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독일과 일본은 정밀가공과 하드웨어에 강했다. 중국은 생산량이 높았다. 4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생산량으로 승부하는 중국보다 미국을 먼저 따라붙어야 된다고 문 원장은 묘안을 냈다.

문 원장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이 앞으로 5년 후 로봇 4대 강국에 진입하는 게 목표로 잡혀있다”라며 “로봇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산업용 로봇에 치우친 비율을 서비스용까지 더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봇은 자동차와 달라서 로봇만 있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용하기 위한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로봇은 부분별 파츠를 보급‧교환하고 자동화 공정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로봇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각 영역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모두 성장해야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문 원장은 진흥원이 나서서라도 로봇산업의 수요를 창출하고 산업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한국로봇기업들 중 영세한 공급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강화시켜야 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지능형 로봇실증사업을 들었다. 진흥원이 로봇 시제품을 가지고 수요처와 연계시켜 컨소시엄을 형성, 사업체를 만들고 향후 공급처를 통해 로봇제품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업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급처는 로봇의 홍보도 되고, 수요처는 보완사항을 이야기 해 생태계가 강화된다는 논리다.

또한 보급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진흥원이 직접 나서 제품의 인증에 관해서도 담당했다. 로봇 관련기업과 협업해 시험평가와 인증까지 한다.

장기적으로는 로봇관련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킨텍스의 로봇경진대회와 더불어 다양한 행사를 통해 로봇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 문 원장은 “한국의 교육이 입시 중심이라서 중학교 이후 로봇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로봇이 앞으로 정규교육에 편입돼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관련 소프트웨어도 성장해야 된다”고 큰 그림을 제시했다.


◆미래로봇은 협업형태…“로봇윤리도 중요해질 것”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사회 내 로봇의 중요도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 원장은 자연스럽게 미래 로봇의 입지와 형태에 관한 다양한 질문도 던졌다. 우선 로봇산업의 성장이 인간의 일자리 파괴와 연결될 것이라는 질문에 그는 사람들의 편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 협동로봇이 미래 지능형 로봇의 역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문 원장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욕구충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과거 로봇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만 활용됐다면 앞으로는 로봇을 활용한 사회적 이슈 해결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문 원장의 조언대로 협동로봇의 활용도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촉발시킨 비대면 산업의 성장도 한몫했다. 산업용 로봇을 떠올리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의료업계의 돌봄로봇, 물류로봇, 심지어 바리스타 역할을 하는 서비스로봇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도 협동로봇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이 간극을 모두 로봇으로 채우게 된다. 돌봄로봇의 경우 사람들이 꺼리는 배변케어와 뒤처리까지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중증 외상환자의 기저귀를 채워주고 센서로 감지해 뒤처리까지 해주는 로봇은 이미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제조경쟁력을 높이는 협동로봇들도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로봇이 중소제조공정에서 다양하게 배치돼 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원장은 “과거에는 산업용으로 웅장한 로봇이 많았는데 지금은 로봇기술이 발달하면서 중소 제조공정에서 활용하는 협동로봇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푸드테크 부문에서 커피도 뽑고 치킨도 튀기는 과정을 로봇이 담당하며 대기업들도 이러한 기술 개발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점차 발전하면서 로봇에 대한 관련법이나 윤리규정도 발달해야 된다고 문 원장은 강조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이 로봇에 의해 인류가 큰 공격을 당할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문 원장은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신기술은 악의적으로 쓰려면 얼마든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라며 “인공지능 윤리가 있듯이 로봇윤리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로봇을 개발하고 쓰는 데 있어서 윤리를 지켜야 된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앞으로 법률 제정을 해야 된다. 윤리 가이드 초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7년 4월 발간된 국제로봇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의 도입 이후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유럽 27개 지역에서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가했다.

문 원장은 “로봇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으로 협동하는 형태가 한계”라며 “이는 인간의 섬세한 시각과 손가락 등의 완전한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며 로봇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역할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전일 원장이 지난해 1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표준시험인증센터 연구실에서 로봇시험평가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로봇산업의 토대 만드는 게 내 사명

2년 넘게 로봇산업진흥원을 이끌면서 문 원장은 많은 성과 중 지능형 로봇법(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의 연장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꼽았다.

이 법은 한시법으로 2018년 종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10년간 연장되면서 국내 로봇산업의 토대가 만들어질 시간을 더 벌었다. 문 원장은 로봇산업 육성의 근간이 되는 법을 지키기 위해 산·학·연·관이 합심해서 이룬 성과라고 공을 돌렸다.

두 번째로는 정부가 다른 유망사업들 중 로봇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 점을 성과로 인식했다.

문 원장은 “정부수립 이래 최초로 대통령께 로봇산업을 보고하는 로봇산업 발전방안 발표를 지난해 3월 대구에서 가졌다”라며 “이와 연계해 8월에는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정부도 중요성을 인정해서 최대 규모의 예산지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 인증제도도 자신이 원장으로 있으면서 남긴 좋은 결과물이라고 문 원장은 설명했다. 기존에는 협동로봇을 설치해도 규정상으로 로봇과 사람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없고, 안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자해 해외에서 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진흥원에서는 이를 간소화해 2018년 7월 많은 작업장이 협동로봇 작업장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천 사업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포스코케미칼, 현대중공업, LG이노텍,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시스템 등 총 84건의 사업장이 승인된 상태다.


▲문전일 원장 약력 프로필

생년월일 : 1960년생 (만59세)

학력
서울대 기계설계학(시스템제어) 학사
KAIST 기계공학(로봇제어) 석사
Syracuse Univ. 기계항공공학(지능제어) 박사

주요경력
LG산전 선임연구원 (1986∼1993)
LS산전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98∼2003)
LS산전 중앙연구소장 (2004∼2006)
호서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2007∼2010)
DGIST IoT·로봇시스템연구부장 (2011∼2016)
DGIST 연구본부장 (2012∼2015)
DGIST 융합연구원장(연구부총장) (2015∼2016)
DGIST 대학원 로봇공학전공 교수 겸임 (2013∼2018)
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 (2017∼2018)
現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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