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6.17 대책에 "법인투자 종말…수도권 대장주만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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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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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택자 규제 확대로 똘똘한 한 채 상승장 예상

  • 예상되는 풍선효과, 비규제지역·재개발구역 투자

  • 재건축은 "사망 선고…매물 던지기 속출 가능성"

21번째 부동산 규제인 6·17 대책이 나오자 '아파트부자들'은 법인과 재건축 매물을 정리하되, 알짜 단지만 남기는 전략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규제지역이 크게 확대되면서 대장주 쏠림 현상이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또 대출규제에 관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고, 갭투자는 오히려 더 용이해진다고 봤다. 예상되는 풍선효과는 김포 등 비규제지역과 재개발 투자가 꼽혔다.

 

[그래픽 = 임이슬 기자]


◆ 법인투자 종말…올해 연말까지 처분

20일 본지 연재작 '아파트부자들' 출연자 중에서 법인투자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 명도 빠짐없이 "법인 매물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내년 1월부터 법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 공제가 폐지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20%로 인상되면서 법인투자의 수익성이 개인 거래보다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공인중개사인 A씨는 "법인투자는 아예 의미가 없다. 망한 수준"이라며 "올해 말까지 다 팔아야 하기에 웬만한 매물은 다 정리할 수밖에 없다. 손님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사업자 B씨도 "세무사와 3시간가량 상담한 결과 5년 이상 중장기 보유했을 때 지불해야 할 보유세에다 팔 때 양도세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20채 이상의 매물을 법인과 개인 명의로 보유한 C씨는 "기존에 생각했던 처분 시점보다 더 빠르게 처분하게 돼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지역별 시황을 보면서 천천히 팔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말까지 법인 보유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역별 대장주 몸값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7채를 보유한 D씨는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대장주는 절대 안 판다"며 "계속 대책이 나오는 이유가 집값이 오르기 때문인데, 가장 많이 오를 곳을 지금 팔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똘똘한 한 채 '대장주' 위주 상승장 예상

실제로 다수의 아파트부자는 규제지역을 확대한 조치로 인해 알짜 단지만 남기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강화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수요자와 달리 투자자는 대출이 아니라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매가격이 하락 조정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오히려 갭투자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투자 강사 D씨는 "(2017년) 8·2대책부터 대출받아서 집 사는 건 투자자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규제지역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어차피 전세가율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D씨는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별로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 말해 지역 대장주 집값은 더 오른다는 의미니까 대장주만 남기고 처분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대장주로 몰리는 이유는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묶였을 때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 보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법 강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정부는 보유주택 수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를 9·13대책에서 0.1~1.2%포인트, 12·16대책에서 0.1~0.8%포인트 추가 인상키로 한 바 있다.

금융업계 재직자 E씨는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아파트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나누고 수도권 대장주 두 곳은 자녀한테 증여한 상태인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인 명의로는 서울에서 40억원대 주택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F씨는 "대장주가 아닌 곳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에 갭투자 타이밍을 보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6.17 대책 이후 규제지역 현황[자료 = 국토부]


◆ 재건축 "가망 없어"…재개발·비규제로 풍선효과

재건축에 관해서는 "투자 사망선고"라는 진단이다. 초과이익환수제로 사업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안전진단 강화 및 2년 거주의무까지 적용돼서다.

재건축 단지를 가족 명의로 세 채 보유한 G씨는 "앞으로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전세보증금을 빼서 줄 수 없는 사람들은 매물을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거주의무를 채우려고 가족이 각자 흩어져서 실거주해도 초과이익환수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두 채는 처분 시점을 보고 있다"고 했다.

재개발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동구 공인중개사 H씨는 "6·17대책이 나오고 3일 만에 모 재개발지역 거래만 10건이 이뤄졌다"며 "이번 대책은 재개발에 엄청난 호재가 된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확대된 규제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은 김포와 파주 등지로 투자 문의가 늘고 호가가 상승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투자 전문가 I씨는 "수도권 중에서는 김포와 포천, 파주에 관심을 가지는 상담이 부쩍 많아졌다"며 "적극적인 분들은 지금이 저점이라는 판단으로 벌써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I씨는 "개인적으로는 실수요자가 받아줄 수 없는 지역은 반짝 떴다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서 대장주 위주로 가져가려고 세팅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규제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속출하자 정부는 즉각 보완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이명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김포 등 집값 과열과 같은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곳은 예외 없이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관해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땜질 식 대처가 부동산 투자 과열을 불렀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21번이나 대책이 나왔는데 집값은 계속 올랐고, 누군가는 계속 돈을 벌었다"며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대책이 나오든 말든 구멍을 찾아서 사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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