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싸이월드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한 마디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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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0-06-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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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로서 아쉽긴 하죠. 오래 가면 저야 당연히 좋긴 한데, 사실상 이미 끝났다고 봐야죠. 제2의 싸이월드니, 글로벌 서비스니 이런건 더 이상 의미없어요. 최소한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주는 게 싸이월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요?"

최근 싸이월드 폐업 사태와 관련해 싸이월드 창업자 중 한 명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싸이월드는 그를 포함한 카이스트(KAIST) 대학원생 6명이 창업동아리에서 만나 1999년 만들었다. 소식을 접한 그도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억지로 싸이월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다시 입길에 올랐다. 지난달 부로 국세청에 폐업 사업자로 등록된 사실이 본지 보도로 드러나면서다. 물론 현재까지 전제완 사장은 싸이월드 서비스를 접을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폐업 사업자로 등록된 것도 세금 미납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직권 폐업을 당한 것이며 투자유치를 토대로 재기 기회를 노리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싸이월드가 회생 기회를 얻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여러 차례 매각과 투자유치를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던 이력들이 워낙 많아서다. 지난해 7월 스위스에 증시 상장을 추진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지만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싸이월드가 폐업 조치된 사실이 드러난 이후 한 게임업체와 투자유치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정작 해당 게임업체는 사실무근이라며 극구 부인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싸이월드에 무슨 조치든 취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답답한 답변이지만, 정부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국세청이 아닌 과기정통부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로서 폐업절차를 밟지 않는 한 과기정통부가 나설 법적 근거는 없다. 취재 중 만난 한 변호사는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스스로 접겠다는 의사가 없는데, 정부가 폐업을 전제로 행정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건 향후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결정은 싸이월드의 손에 달린 셈이다.

지난해 싸이월드 도메인 서비스 이용기한이 종료된 소식을 기사로 전했던 당시, 한 이용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대학생 시절 모든 기억이 싸이월드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면 모든 사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에 한참을 울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싸이월드 관계자와 만나게 되면 백업할 수 있는 기회라도 달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싸이월드 폐업 보도에 달린 기사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이제는 떠나 보낼 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가 조금씩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이후 이용자들은 이미 백업을 받아놓고 떠나보낼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다들 많이 아쉽지만, 이제는 창업자도, 이용자들도 지금처럼 싸이월드가 연명하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떠날 준비가 안 된 건 싸이월드 혼자 뿐이다.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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