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건을 묻다-김재섭①] “보수‘정당’이 힘잃은 것…철학적 가치는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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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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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단한 철학적 베이스 기반한다면 수권정당 될 수 있어”

“‘잘 해야 된다’는 말이 제일 무섭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잘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너무 무거운 책임을 맡았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청년 몫으로 합류한 김재섭(33) 비대위원은 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의 약세 지역인 서울 도봉갑에 출마, 청년 정치신인 임에도 40%가 넘는 득표를 했다. 통합당의 참패 이후 천하람·조성은 등 젊은 정치인들과 세대교체 및 당 혁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비대위원 임명 전엔 거침없이 발언했던 그지만 이날 인터뷰에선 다소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제 성과를 내야하는 사람이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김 비대위원은 보수의 정치·철학적 가치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며 “얼마든지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Q. 통합당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두 가지 책무를 졌다고 생각한다. 보수정당 재건,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세운다는 큰 임무 하나와 세대교체란 큰 화두를 같이 안고 있다. 첫 번째 임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다른 분들과 함께 풀어갈 문제다. 개인적으로 세대교체라는 큰 화두를 짊어졌다. 이번 비대위엔 역대 가장 많은 젊은 사람이 들어갔다. 여기서 잘해야 젊은 사람들이 다음에 들어올 수 있는 명분과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제가 잘못되면 ‘저거 봐 또 안 되잖아’란 편견을 강화하게 될 거다.”

Q. 통합당의 문제점, 가장 고치고 싶은 게 어떤 것인가.
“너무 현장을 모르는 정당이란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의 직접적 대화나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곳에 화재 참사가 난다. 당 대표가 가서 피해자나 유족들의 얘길 듣는다. 그것으로 끝이다. 이후 현자엥서 발생하는 문제들, 상권이 죽는다거나 유가족의 처우 등 여러 이슈들이 있는데 우리는 현장 가고 난 다음엔 탁상공론에 그친다. 동 떨어진 제도 개선 얘기만 나오거나 전문가를 초청해서 얘기를 듣고 가장 중요한 현장을 도외시한다. 민주당은 어떤 사건이 터지면 내려가서 몇날며칠 소통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느냐. 그들의 주장에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절절한 목소리 포함돼 있다.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현장으로 가는 TF가 있었으면 좋겠다. 천하람 전 후보가 추진 중인 ‘억울함 해소 TF’ 같은 것들. 전국을 다 돌면서 억울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러가는 TF다.”

Q. 비대위의 당면 과제는.
“비대위 전체가 해야할 역할은 보수정당으로서 신뢰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처음에 우리는 왜 이렇게 이슈 파이팅을 못하느냐는 생각을 했고 위축이 되기도 했다.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니 오히려 그게 자랑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었다. 통합당은 사장 오랜 시간 동안 수권정당으로 활동한 정당이다. 이슈 파이팅을 잘하는 게 아니라 국정운영을 잘하는 정당이었던 셈이다. 이슈 파이팅을 하는 문화적 토대가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국가를 안전하게 유지하게 하는 훈련이 잘 돼 있었던 거다. 그런 면에서 가지는 수권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게 총론이라고 하면 각론은 각 비대위원들이 해야 될 역할일 것이다. 저 같은 경우엔 통합당이 청년들로부터 너무 많이 외면을 받았는데 원인을 분석하고, 호감도를 높일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Q.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일 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굉장히 민주적인 사람이다. 비대위원들의 의사를 다 경청하고 맡긴 일에 대해 거의 전권을 부여한다.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 하나를 맡기면 진행상황만 확인하고, 가이드라인 잡고 조언해주는 정도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항간에 비대위원들이 메시지를 내지 않도록 한 것으로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저는 그걸 비대위원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회의는 보수언론 사설을 바탕으로 돌림 노래를 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젠 일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거다. 저는 그 얘길 듣고 마음이 편했는데, 마치 비민주적인 것처럼 묘사하더라.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민주적인 분이다. 본인이 내세운 아젠다에 대해서도 비대위원들의 생각이 이렇다고 하면 바로 조율하는 모습을 보인다.”

Q. 김 비대위원장이 임명 전에 특별히 당부한 말이 있나.
“‘잘 해야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게 제일 무서운 말이다. 열심히는 할 수 있지만, 잘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정당은 미래가 없다는 걸 김 비대위원장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사람들한테 외면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20~30대의 마음을 반드시 사로잡아야 된다. 당내 활동 시스템 만드는 것이든, 외부의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든 젊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마음을 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너무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Q. 아직도 통합당 일각에선 선거 불복이나 막말과 같은 극우적 행태가 묻어나온다. 어떻게 보고 있나.
“선거불복을 얘기하는 분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런 주장들이 쇄신을 막고, 우리당을 분열시키고 있다. 불확실한 정보를 갖고 조합을 하고…. 전 개인적으로 선거조작을 주장하는 그 분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팔로우십만 있는 사람이다. 인기에 편승하고 이슈에 편승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논란을 바로잡거나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이슈를 증폭하는 역할만 하고 있지 않나.”

Q. 이런 논란들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회복해야 된다. 정치는 생물이다. 흥망성쇠가 있는 것이다. 수권정당으로서 우리가 안일했다.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지켜내지 못했다. 당 자체의 세가 떨어질 순 있지만 우리의 정치철학적 가치는 공고하다. 유능하다, 실력이 있다는 것은 개인의 차원에서 발현되기도 하지만 보수정당이 내세우는 보수적 가치에서 나오기도 하지 않나. 가치를 구현하는 플레이어로서 정당이 많이 힘을 잃은 것이다. 단단한 경제 정치 철학적 베이스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Q. 다가올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보수적 가치를 빼고는 다 바꿀 필요가 있다. 정치철학적 가치를 제외하곤 다 바꿔야 한다. 구조나 시스템, 하다못해 사람까지도 바꿔야 한다. 이번에 사람은 많이 바뀌었다. 행동 양식, 사고 방식까지도 바꿀 수 있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한두 개 좋은 법안을 낸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이길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도외시했던 호남에 가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된다. 그 전에 못한 것을 다할 수 있을 정도의 고강도 쇄신을 하지 않으면 대선이나 지방선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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