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우리나라는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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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0-06-2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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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아주경제DB]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모기업이 제일제당이란 식품기업인 것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삼성은 삼성상회와 제일제당으로부터 시작하여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는데, 왜 식품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이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 대표 식품기업인 CJ도 글로벌 기준으로 하면 세계 100대 식품기업에 겨우 들어가는 수준이다. 삼성과 현대는 그 분야에서 모두 톱 10을 다투는데, 왜 네슬레와 같은 식품기업이 없을까? 왜 이 정도밖에 못하고 있는가? 분명 우리나라 국민이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우리 음식이 포텐셜이 없어 그런 것도 아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고 행복한 국민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식품산업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식품으로 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정책은 1970~80년대에는 옳았다. 워낙 우리나라 식품 사정이 질은 차치하고 양적으로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어떻게든 먹어야 살았고, 또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식품산업의 발전은 식품을 개발하여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결국 우리나라 음식으로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초코파이, 라면, 호빵, 믹스커피 등 먹고 일할 수 있는 식품이 대표적이다. 국민이 먹고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품은 없다. 이에 대한 투자 없이는 세계 일등 식품이 탄생할 수 없다.

산업화 이후 시대를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생산 논리에서 벗어나야 식품기업도 세계적인 리딩기업이 탄생할 텐데, 아직도 이러한 생산정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가격경쟁과 효율경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정책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제 결코 생산정책으로만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산업화 로직에서 벗어나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 맛 등 가치를 살리는 경쟁이 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톱5 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여태껏 우리 식품산업은 네슬레와 같이 맛, 문화, 소비자 맞춤형, 공유가치 데이터 창출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축적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어쩌면 식품산업에서 산업화만 고집한 정부 정책의 책임도 크다. 식품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해야지 일부 기업을 위한 정책은 한계가 있다. 5천년간 축적된 우리 조상들의 온갖 지혜로 이미 산업화를 이루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어떤 산업화 정책이 더 필요하겠는가? 조상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것들을 값싸게 만들 필요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 일부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 한국의 맛, 한국의 문화를 찾아서 식품에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안전성, 기능성, 문화 등 공유적 가치가 식품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의 맛과 문화, 역사에 대한 콘텐츠가 없으며 이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도 없었다. '그러면 기업이 이런 부분에 나서서 투자하여 공유적인 가치를 창출해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 기업의 투자로 창조된 지식이나 가치는 그 기업만이 독점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남 좋은 일을 할 일이 없다.

이러한 토양에서는 네슬레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없었다. 식품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술 독점성이 낮기 때문에 승부해야 할 다른 가치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잘만 하면 세계 1등 식품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이 행복하고 맛있고 건강하며 서로 즐기는 식품을 살려야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기업이 돈 버는 정책으로는 국민도 행복하지 않고 기업도 세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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