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 경고하는 자본가들] ①"미국의 불평등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국가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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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6-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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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미 다이먼 "코로나19를 '포용적 경제' 확대를 위한 모닝콜로 활용하라"

  • 억만장자 마크 큐반 "소득 불평등 완화 위해 정부 차원의 신속 대응 필수"

  • 셰릴 샌드버그 '유급 병가 제도' 확대 주장...미국선 유급 병가 의무화 규정 없어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불평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의 삶이 붕괴하는 가운데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 등을 향해 자본가들이 일침을 날렸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의 최고 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 미국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등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자본가들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피부색이나 부의 크기와 관계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회나 교육 등이 미국에서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대안을 내놨다.
 

JP모건의 최고 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를 '포용적 경제(inclusive economy)' 확대를 위한 모닝콜(잠을 깨우는 알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 다이먼은 "이번 위기가 오히려 재계와 정부가 공동의 선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투자하도록 일깨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너무 많은 사람이 위태위태한 상태에서 사는 현실을 보여줬다. 전염병은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실제 피해는 온전히 빈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이먼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오랫동안 뒤처졌던 사람들을 위해야 한다. 경제가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성장을 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기가 많은 사람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는 발판이 돼 경제를 재건하는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수년간 '포용적 경제' 성장을 제한했던 여러 구조적 장애물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다이먼은 계속해서 미국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모든 미국인이 공평한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을 우리 교육 시스템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미국 자본주의는 '아메리칸 드림'과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보건·기반시설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다면적인 과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인 마크 큐반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 등도 잇따라 경고를 날렸다.

큐반 구단주는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 실수를 다시 범하지 말자"며 "모든 이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BI는 식료품점 종사자, 음식 배달업자, 공장 노동자 등 미국 노동시장의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급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미국 정부로부터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게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유급 병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자가 격리해야 하는데, 이 기간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셰릴 샌드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꼭 필요한 여러 지원책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가족을 위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는 근로자에게 유급 병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다. 유급 병가를 인정해줄지는 기업에 맡기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 가운데 54%는 연간 5~9일의 유급 병가를, 27%는 5일 미만의 병가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유급 병가를 인정받지 못하면 이 기간 별다른 소득이 얻지 못하게 된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아 소득 불균형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오히려 노동자들을 더 빈곤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더는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며 한탄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의 불평등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부자와 빈자 간 교육 불평등을 비판했다. 달리오는 "사람들이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존재하는 모든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비경제적이며 심지어 시스템 존립까지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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