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가 올려줄게"…HUG 깜깜이 보증심사에 '브로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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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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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원 이어지자 조합에 '분양가 협의 전문업체' 알선

  • - 성공 시 수익의 10% 수수료...실패해도 의뢰비 받아

  • - 건설업계 "불투명한 절차에 각종 편법 횡행하는 것"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한 분양보증심사에 '고무줄 기준'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분양가 심의 과정에 개입해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HUG는 브로커 개입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분양가가 '깜깜이 심의'로 결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사업자들이 암시장에 발을 들이기 쉬운 환경이란 지적이 나온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익명을 요구한 A조합은 최근 HUG 본사 직원으로부터 분양가 협의 전문업체라는 모 연구원 B실장을 소개받았다.

A조합이 분양보증심사가 투명하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취지로 HUG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하자 "편한 방법이 있다"고 사실상 브로커를 알선한 것이다. 
 

HUG 본사 전경과 모 연구원 B실장 명함.[사진 = 제보자·HUG]


B실장은 분양가를 올려 보증심사를 통과시켜 주겠다며, 용역비 외에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 중 10%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예컨대 HUG가 마지노선으로 3.3㎡당 1000만원을 제시한 분양가를 1100만원으로 조정해 총 매출이 30억원 늘었다면 3억원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조정에 실패하면 초기 의뢰비용만 든다.

A조합 녹취록에 따르면 B실장은 "50여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모든 곳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통상 절반 정도는 (성공한다.) 올해는 세 곳에서 (분양가를) 더 받았다"고 말했다.

작업 방식에 관한 질문에 그는 "발로 뛰어서. 국토부와 HUG에 찾아가고 담당자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다. 국토부나 HUG에 연줄이 좀 닿으시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깜깜이 심사의 맹점을 파고들어 인맥을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를 재확인하기 위해 본지가 모 연구원 본사와 B실장에게 확인했을 때도 유사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본사 직원은 일정 수수료를 받고 분양가격을 조금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고, 자세한 견적은 B실장과 얘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B실장은 "HUG에서 내부 심사 기준을 절대 얘기해주지 않는다. 다만, 심의위원들이 (분양가 심사를) 하니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1을 적용할 걸 5를 적용하냐 그 차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적인 활동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묻자 "불법이 아니다. 컨설팅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고, 실적이 있냐는 말에 "몇 개 사업은 성공했고, 몇 개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HUG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절차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외부 감사 등으로 담당자 재량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검증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브로커라는 곳이 있다면 관련 절차(분양보증심사)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업체일 것이다. 내부 직원이 모 연구원을 소개해줬을 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분양보증심사 브로커가 국토부에 접촉한다고 했지만, 내부 직원 확인 결과 그런 정황은 없다"며 "사기업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와 아무런 연관이 없고, 사기업체일 뿐이라는 해명에 따라 본지는 HUG에 모 연구원과 B실장의 정보를 전달한 후 조치 방안을 물었지만, 별도의 답변을 얻지 못 했다. 

B실장에게 취재 중인 사실을 알리자 "조합과 그쪽(취재 사실을 밝히기 전 본지에) 말한 것들은 영업하기 위한 거짓말이었고, HUG 심사는 객관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조정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본지에 제보한 조합과 B실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모 연구원 외에도 분양보증심사를 도와 분양가를 높여준다는 명목으로 영업하는 업체는 경쟁이 붙을 정도로 다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업계는 브로커가 사기업체든 아니든 근본적인 문제는 깜깜이 분양심사라고 지적했다. 투명하지 않은 행정절차가 결국 암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C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보증서가 없으면 사업이 안 되는데 정확한 심사 기준이 무엇인지도 공개하지 않는 행정절차가 문제 아니냐"며 "만약 브로커가 사기라 해도 이를 믿고 싶은, 답답하고 절박한 심정의 사업자들이 많다는 점은 확실한 진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D 시행사 관계자도 "분양보증심사 브로커를 HUG 본사 직원이 소개해 줬다는 점에 주목하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사기업체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절차를 불투명하고 어렵게 만드니까 편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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