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人]김유구 대표 "외식업계 '에어비앤비', 주방 나누면 창업비용 10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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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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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에만 문여는 술집·낮에만 오픈하는 베이커리...공존할 수 있을까

  • 기존 공간 공유하면 창업 비용 획기적으로 낮춰

  • "프롭테크 기술이 사회적 약자 보호하고 경제적인 낭비 막아줘요"

저녁장사만 하는 일식집 사장님과 이른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1인 컵케이크 세트'를 팔길 원하는 베이커리 사장님.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이 둘이 공간을 공유하면 창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누다키친'은 이런 생각에 착안해 시작한 프롭테크 기업이다. 기존 공간의 효율화를 통해 외식업 창업비용을 10분의 1로 줄여 소액 창업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김유구 위대한상사(나누다키친) 대표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롭테크 기술을 통해 초기 창업자들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DB]


김유구 나누다키친 대표는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금융학을 전공한 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에서 일한 금융엘리트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P2P금융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랜딧'을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이후 쉐어하우스인 '우주'의 김정현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1인 가구 시장 형성과정을 목격했다. 이후 혼밥, 배달문화, 공유오피스, 공유주택 등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유주방 플랫폼인 나누다키친을 론칭했다.

김 대표는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들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그에 따른 비효율, 불균형을 해결하는 사업이 움틀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가령 외식업 창업의 경우 홀손님보다 배달손님이 많은데도 여전히 공간을 마련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낭비되는 공간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면 창업자들의 초기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누다키친은 저녁에만 영업하는 호프집, 바 등의 점포주인과 낮 시간대에만 운영하길 원하는 카페, 베이커리 등의 창업자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기존 음식점 매장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간 제공 희망자와 매장 운영 희망자를 연결해주고 이들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단순히 주방만을 공유하는 기존 공유주방과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그러나 이 업체의 강점은 단순히 공간 공유만 주선하는게 아니라 창업자를 위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창업업종에 따라 매장 위치와 적정 가격대를 분석하고, 성별과 연령,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기대수익을 산출한다. 회사 내 포진한 특급호텔 출신의 '레시피 엔지니어'는 창업자들에게 레시피를 개발해 제공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기존 창업자는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창업자는 인테리어·권리금·임대료 등 살인적인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 가치를 높이고 미래 킬러 컨텐츠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창업자들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기간을 설정하고 관리를 받으면서 매출의 3~4%정도를 사용료로 내면 된다"고 했다. 실제 나누다키친을 통하면 1000만~1500만원 정도로 광화문·강남·여의도·성수 등 핵심 입지에서 음식점 창업이 가능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신규 창업비용인 1억2000만원(하나금융경제연구소)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김 대표는 현재 매달 등록 요청이 오는 점포수는 250~300여개, 창업 신청자 수는 150-200명에 이른다고 했다. 매칭률도 월 평균 20건 이상일 정도로 높아졌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투자유치도 순항중이다. 김 대표는 "아직은 시장을 만들어가는 단계라 적자지만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시장으로 유입되고 매출로 이어지는 수익전환속도가 매우 빠른편"이라며 "현재 추세로 보면 내년 말부터는 본격적인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기존 매장의 공간효율성을 높이려면 업종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오전에는 칼국수집으로 운영되고, 저녁에는 일식집으로 운영되는 나누다키친 성수점 매장[사진=한지연 기자 촬영]


김 대표는 공유주방을 통해 공간을 유통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구상중이다. 올해부터는 나누다키친을 단순히 점포 중개 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시간과 트랜드에 따라 자유롭게 매칭할 수 있는 일종의 '룸엠디(Room merchandiser)'로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소비자 트랜드는 빠르게 변하는데 기존의 공간은 변화 속도를 따르지 못해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공간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강점인 IT기술에 부동산 관리역리 역량을 더해 프롭테크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사업확장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도 지속적으로 챙긴다. 김 대표는 "의도한 바는 아니였지만 공교롭게 소액창업자들 가운데 사회적 약자가 많았고, 공간을 재임대하는 분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빌려주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워라밸(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주부, 스스로 개발한 메뉴를 테스트 하려는 셰프, 기존 매장 효율을 높이고 싶은 점포주 등 외식업 창업가의 리스크를 줄이는 토탈 리테일 플랫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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