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이후 中 행보]중국식 법치 강요…더 세진 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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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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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인치항' 무력화 '의법치항' 강조

  • 처벌 및 안보교육 대상 확대 시사

  • 홍콩 반대에도 공안 개입 가능성↑

지난달 28일 열린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보안법' 제정안 의결을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홍콩 내 반중 세력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입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의법치항(依法治港·법에 의한 홍콩 통치)'을 강조했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에 대한 대구(對句)다.

홍콩인에 맡겼는데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니 이제 우리가 만든 법대로 하겠다는 의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통치 철학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국가 통치)'의 변형이기도 하다.

의법치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직후인 2014년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부정부패·비효율성을 일소하고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통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의법치항은 이제 홍콩에도 중국식 법치를 적용할 때가 됐다는 통보다.

이를 통해 홍콩 보안법의 제정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를 통과한 건 법안이 아니다. '홍콩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와 집행 기제의 수립·완비에 관한 결정'이라는 긴 명칭의 안건이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법안을 제정하고 홍콩 정부가 공포·시행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지침서로 이해하면 된다.

전인대를 통과한 '결정'은 당초 초안보다 훨씬 강화됐다.

전체 7개 조항 중 3조와 5조, 6조에 등장하는 처벌 대상을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와 활동'으로 수정했다.

'행위'는 개인에 국한되지만 '활동'을 더하면 조직·단체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홍콩 유일의 전인대 상무위원인 탄야오쭝(譚耀宗)은 베이징일보에 "'행위'는 개인의 일이라 '활동'이라는 두 글자를 더하기로 했다"며 "입법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분열과 테러 활동을 제지하는 게 입법의 목적"이라며 "법례를 기초하는 작업이 끝나면 '행위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의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출신의 인민대표 우추베이(吳秋北)는 "국가 전복 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게 '활동'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라며 "감시와 통제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또 5조의 문구 중 '국가 안보 교육 확대를 전개한다'에서 '확대'가 빠져 '국가 안보 교육을 전개한다'로 변경됐다.

교육계에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중국식 안보 교육을 전면 실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의회 격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정부가 직접 법 제정에 나선 데 대해 홍콩인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1일 홍콩 명보가 15세 이상 홍콩인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중국 주도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했다.

중국이 홍콩에 보안법 집행 기구를 설치하는 문제에는 60%가 반대했고, 입법 과정에서 홍콩인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응답은 65.5%로 집계됐다.

홍콩 내 반발과 미국 등 서구 사회의 견제에도 중국 측의 강행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회의에서 "홍콩 경찰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진압하는 걸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에 대한 전인대의 결정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도 했다. 홍콩 보안법이 발효되면 본토 공안과 경찰이 직접 홍콩 시위 진압 등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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