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모인 삼성 사장단 '有노조' 열공

백준무 기자입력 : 2020-06-01 16:30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초청해 강의 글로벌 관계 걸맞은 새 노사관계 의견 교환 대국민 사과 후 삼성 노무기준 전환점 전망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한 삼성그룹이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소매를 걷었다. 삼성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3년 만에 외부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눈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이후 한달 만의 후속 조치로, 향후 삼성의 노무 기조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1일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 강연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참석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한국 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제언 등을 강의하며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이후에도 삼성 사장단은 문 위원장과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의 의견을 교환했다. 문 위원장은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며 평소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이 함께 모여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2017년 2월 이후 3년 만이다. 과거 삼성 사장단은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열고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경영 현안과 미래 먹거리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매주 회의 주제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3년 만에 재개된 이날 강연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열었던 기자회견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창사 이후 고수해 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한편 시민사회 및 언론 등 외부와의 소통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들어 노무 사안에 대해 부쩍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삼성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355일 만에 합의했다.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같은달 26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와 처음으로 단체협약 본교섭을 진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만난 것은 지난 2월 노조 출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월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고 김 부회장을 비롯,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이 모여 준법경영 실천을 위한 의지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오는 4일 열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에 따른 실천 방안을 요구함에 따라 이날 삼성 7개 관계사는 기업별 세부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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