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외식업 성공, 패밀리 비즈니스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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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0-05-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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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인터뷰

  • "HMR·밀키트·건기식 뜨고 비주얼·브랜드 중요성 커져"

  • "6월 곰탕·만두 HMR 신제품 출시…외식 브랜드 론칭도"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쓰리버즈 센트럴시티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외식사업은 이제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대표는 물론 헤드쿼터 직원들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27일 서울 서초구 쓰리버즈 센트럴시티점에서 가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리온 '마켓오', CJ '비비고·계절밥상·뚜레쥬르' 등 손을 대는 곳마다 대박을 낸 노 대표는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브랜드 전략가로 유명한 그가 만든 브랜드만 200여개에 달한다.

노 대표는 오리온 부사장과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 YG푸즈 대표를 거치며 브랜딩과 외식업 내공을 쌓았다. 최근 외식업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여파에도 YG푸즈를 인수하는 '초강수'를 뒀다. 현재 삼거리푸줏간, 쓰리버즈, 평양일미 등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장을 운영 중이다.

YG푸즈에서 식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새 간판을 단 노 대표는 외식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정간편식(HMR)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집밥 트렌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게 노 대표의 전망이다.

특히 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외식업은 비주얼과 브랜딩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모든 사원이 현장 업무에 투입되는 '전원 전투요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마케팅의 귀재로 통하는 노 대표로부터 코로나19 이후 외식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브랜드 성공 노하우, 앞으로의 사업 구상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쓰리버즈 센트럴시티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외식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는데 사업은 어떤가?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외식업 매출 타격이 이렇게 크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달랐다. 외식업 매출에 집중 타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 청소 노동자 등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청소도 정직원들이 직접 한다. 비용 절감을 하는 방법밖엔 없다. 최근 나도 광교에 있는 평양일미 매장에 가서 만두를 직접 빚었다."

- 외식업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
"외식업은 주말에 다 같이 일하고 오히려 주중에 쉬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반대로 하고 있다. 앞으로 외식업은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로 가야 한다. 아버지가 셰프면 어머니는 캐셔를 보고 하는 식이다. 헤드쿼터라고 운영·관리만 하는 게 아니다. 다 같이 현장(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군대로 치면 전원 전투 요원화다. 전 세계적으로 식당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가 많다."

- 코로나19 국면 이후 외식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집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최근 그릇과 같은 리빙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밥을 안 하던 사람들이 밥을 하기 시작했다. 집밥과 HMR, 밀키트 제품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들기 어렵거나 번거로운 음식을 파는 업체는 유지되겠지만 끼니를 때우려고 먹던 집들의 음식이 아주 맛있지 않다면 매출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영세 상인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자기만의 맛과 색깔을 가진 집들은 잘 될 수 있다. 멤버십 레스토랑도 많아질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가는 곳이 아닌 프리미엄 레스토랑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또 비주얼과 브랜딩 역시 중요하다. 맛이 있는지는 당연한 것이고 사진 찍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야 된다. 요즘 사진 찍고 싶지 않은 곳은 사람들이 찾질 않는다. 그렇다고 음식이 꼭 화려해서만은 안 된다. 평양냉면 같은 경우 그 음식대로 찍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다."

- 브랜드 론칭 후 처음엔 승승장구하다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 있다.
"브랜드는 인간을 키우는 것과 같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미리 예방 주사도 놔줘야 한다.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암에 걸릴 수도 있다. 마치 사람 생명과 같다. 어떻게 처방하느냐가 중요하다. 계절밥상이 최근 고전하는 것으로 안다. 내 꿈은 서울에 계절밥상을 시작으로 부산에 기장밥상, 포항에 포항밥상 등을 열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농부들과 상생하는 것이었다. CJ가 우리 먹거리와 농부들을 신경 쓰는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든 게 계절밥상이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선보이는 형태가 아니다."

- 외식업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나?
"식당은 잔소리하는 비즈니스고 욕쟁이 비즈니스다. 욕쟁이 할머니가 미용실이나 옷 가게에 있는 것을 봤나? 다 밥집에 있다. 잔소리를 안 하면 식당을 할 수 없다. 아울러 식당은 섬세한 비즈니스다. 만두를 빚을 때 다른 생각하면서 만들면 만두가 산으로 간다. 아무 생각 없이 집중도가 필요한 일이다. 레시피라는 게 스탠더드를 맞춘 것이다. 매일 들어오는 양파나 배추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주방장이 먹어보면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잔소리와 디테일을 따지지 않는 사람은 외식업을 해선 안 된다."

- 외식업이 어려운 시기에 YG푸즈를 인수한 이유는?
"YG에서 악재가 터진 이후 YG푸즈가 매물로 나왔다. 당시 여론이 안 좋아 YG푸즈가 운영하는 가게들의 신규 입점이 어려웠다. 양현석 YG 대표에게 다른 곳에 넘기지 말고 나에게 팔라고 했다. 연예계와 마케팅계의 거물이 붙었다가 안 좋은 모양새로 떨어지는 게 창피했다. 그래서 YG는 연예계의 길로 가고 노희영은 외식으로 가는 방식으로 멋있게 헤어졌다고 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YG푸즈를 인수하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월 들어 고민이 많아졌다. 회사를 계속 이끌어나갈 것인지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 판단이 안 섰다.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쓰리버즈 센트럴시티점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80~90%까지 올라왔다. 회식자리가 줄긴 했어도 사람들이 제법 찾는다. 센트럴시티점 인근은 아파트 촌이다. 집에만 있기 지겨운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자재의 품질이다. 고기나 해산물 등 원물이 신선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 새우 같은 경우 품질이 좋으면 소스를 안 찍어도 단맛이 강하게 돈다. 여자들이 나이 들면 화장을 많이 하게 되고 남자들이 늙으면 향수를 많이 뿌리거나 더 열심히 샤워하지 않나. 식자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농부가 제일 부자가 될 것 같다. 아주 먼 미래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대체 식품인 알약 같은 것을 먹고 부자들은 품질 좋은 식음료를 마시게 돼 식자재값이 오를 것이다."

- 마켓오, 비비고, 계절밥상 등 쟁쟁한 브랜드를 기획하고 성공시키셨는데, 노하우가 있나?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다. 드라마 시청률도 다 본다. 웬만한 콘텐츠도 2배속으로 다 섭렵했다. 영화도 다 본다. 관객이 몇 명인지 다 안다. 레스토랑이 잘 되는 곳이 있으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 패션 브랜드가 유행하면 꼭 입어 본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트렌드는 배 위에 떠 있다. 항상 그 흐름을 타고 있어야 한다. 트렌드는 작정하고 보려면 못 본다. 내가 그 흐름 안에 있어야 한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쓰리버즈 센트럴시티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비비고 브랜드를 론칭할 때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비비고를 론칭한다고 했을 때 모두 반대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추장을 세계화하고 싶어 했다. 타바스코 소스나 기꼬만 간장처럼 말이다. 회의 시간에 손을 들고 이 회장에게 아무리 봐도 고추장 세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직언했다. 고추장은 맛이 너무 강해 뭘 넣어도 고추장 맛이 난다. 반면 일본 된장은 맛이 상대적으로 약해 여러 가지를 섞을 수 있다. 레몬, 참깨 등과 섞여 새로운 소스로 재탄생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 샐러리맨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짜장면을 먹는다. 근데 집에 춘장을 갖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나. 미국 사람들이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못 먹어봤는데 고추장을 살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냐고 이 회장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이 회장이 뭘로 세계화를 하겠느냐고 화를 내며 반문했다. 그래서 만두를 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만두가 중국 것이지 왜 한국 것이냐고 되물었고 우리나라처럼 두부와 야채, 살코기만 넣어 기름기가 없는 만두를 파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에서 파는 중국 만두는 쪄서 나온 형태가 아닌 생피로 만들어져 전자레인지에 바로 돌려먹을 수 없었다. 한국 만두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이 회장을 설득시켰고 결국 비비고 만두가 탄생하게 됐다."

- 앞으로 어떤 기획으로 소비자 취향 저격할 것인지?
"노인들을 위한 음식이나 실버타운에 관심이 많다. 향후 실버인구가 대폭 늘면서 건강기능식품이 지금보다 더 뜰 것이다. 나이 든 여성들이 화장품만 바른다고 해서 젊어 보이지 않는다. 장도 튼튼해야 하고 숙면도 해야 피부가 좋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건기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음식, 건기식, 화장품 모두 균형이 맞아야 한다. 비건(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엄격한 채식)만 한다고 피부가 좋아지지 않는다."

- 올해 이뤄야 할 계획이 있나?
"6월 중 HMR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삼거리 곰탕·통만두 2종과 평양일미 곰탕·손만두 2종이다. HMR 신제품들은 온라인을 통해 출시하고 오프라인으로 점차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또 오는 7월 1일에 강남에 평양일미 2호점을 연다. 올해 안에 여의도에 또 하나의 외식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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