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200명 죽어도 경제재개...개도국 가혹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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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5-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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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경제난에 허덕이다 시위까지

  • 봉쇄완화 늦으면 경제에 타격, 너무 빠르면 재확산할 수도...'딜레마'

개발도상국(개도국)이 하나둘 경제 재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목숨을 건 개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여전히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개도국이 선진국을 따라 봉쇄 조처를 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이미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정점을 찍고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닫혔던 경제의 문을 서서히 열고 있다. 반면 봉쇄 정책을 완화하지 않으면 경제 붕괴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는 개도국은 확산 우려에도 경제 재개를 하고 있다. WSJ은 "거대 개도국들이 미국과 유럽의 봉쇄완화 조처를 따라가고 있다"며 "이는 이미 타격을 입은 경제에 추가적인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쏟아지는 중남미 국가들은 일파만파 퍼지는 확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닫았던 경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자동차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인도는 코로나19로 멈췄던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경제활동과 이동 제한을 크게 풀었다. 페루 광산들도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하루에 새롭게 추가되는 확진자 수가 2000명대 후반에 이르고, 매일 2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멕시코의 일일 신규 사망자 수는 브라질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멕시코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어도 정부가 봉쇄 완화 조치를 단행하자 멕시코공장은 오는 26일 생산을 재개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브라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현재(한국시간 26일 오후 1시 32분 기준) 브라질에서는 37만4898개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누적 사망자 수는 2만3473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누적 확진자 수가 많다. 하루 신규 확진자·사망자 추이도 심상치 않다. 브라질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만명대이고, 일일 신규 사망자는 700명대에 이른다. 그런데도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연휴가 끝나는 날에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나이지리아 역시 지난 4일, 수도 아부자와 최대 도시로 손꼽히는 라고스 등에 내려진 엄격한 이동제한령을 풀었다.

공중보건 전문가와 의사들은 통제되지 않은 경제활동 재개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참사' 수준으로 급증시켜 다시 봉쇄할 수밖에 없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봉쇄가 다시 시행되면 경제에는 더 큰 고통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도국들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앞다퉈 경제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데는 봉쇄 완화가 늦어질수록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WSJ은 "개도국 정부들은 자국민들이 코로나19보다 봉쇄 때문에 더 고통받는다고 주장한다"며 "세계적으로 1억여 명이 (봉쇄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고 빈곤율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실제 개도국에서는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 빈민가 엘보스케에서는 지난주 수백 명이 식량 부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군병력과 충돌했다. 심지어 코로나19발 경제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시민들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레바논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에 분노한 시위대가 은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개도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봉쇄 완화가 늦으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만, 너무 빠르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어서다. WSJ은 "경제활동 재개가 한주씩 늦어질수록 빈곤층이 증가하고 사회불안과 폭력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지만, 재개가 너무 빠르면 (코로나19가) 새로 발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지도자들도 이런 상황을 마주하긴 했지만, 개도국 지도자들이 마주한 딜레마는 특히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빈민층 거주지역에서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조치로 식량난과 구직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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