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금융, 디지털 가속화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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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0-05-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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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의료계에선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전염력이 강하고 변이 가능성이 높아서 백신이나 제대로 된 치료제로 걱정이 없어지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약 2년 전후)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구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란 용어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가급적 접촉을 하지 않는 비대면생산, 비대면소비를 선호해서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소위 언택트(untacted), 무인비즈니스, 재택경제 활용이 일반화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디지털의 가속화, 5G,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인프라가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통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실물과 동전의 양면의 관계를 갖고 있는 금융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디지털화, 즉 핀테크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미 손 안의 모바일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금융의 비대면소비가 용이한 데다, 금융이 무형서비스(intangible)인 관계로 생산-판매-소비의 주기가 짧아 그만큼 경쟁을 통한 변화 압력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금융 디지털화가 가속화된다면 그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 개인적으로 글로벌 추세에서 본 금융 디지털화는 4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의 언번들링(Unbundling: 분리), 2단계의 디지털플랫폼, 3단계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과의 융합, 4단계의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단계가 그것.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까지는 카카오페이의 P2P대출 투자창 오픈, 토스가 송금·결제에 이어 보험·증권·인터넷은행에 진출하고, 뱅크샐러드가 은행·보험·증권자산을 통합한 자산관리모델을 제시하는 등 2단계인 디지털플랫폼엔 진입했지만, 3단계까지 들어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전문가들은 ‘드디어 대망의 3단계 진입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왜 대망의 3단계라 하나. 3단계는 데이터 구축과 기술을 융합하는 단계다. 한마디로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와의 융합을 통한 소비자 맞춤형 혁신금융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단 얘기다. 뿐만 아니라 금융데이터를 활용하면 모든 산업제품의 소비자행동도 분석할 수 있어서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이 일어나는 4단계 진입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노력하기 여하에 따라선 다들 글로벌시장의 빅테크(예 : 미국의 GAFA, 중국의 BAT) 같은 업체의 출현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그럼 디지털화 3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 금융업계의 현재 최대 이슈는 뭔가. 업계에선 5월 초 개소한 데이터거래소와 조만간 가이드라인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마이데이터산업을 꼽는다. 금융데이터거래소란 한마디로 금융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조만간 탄생할 마이데이터산업의 기초 생태계인프라라 할 수 있다. 거래되는 데이터는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 등 법적 제약에 걸리지 않는 금융 및 비금융정보를 망라한다. 개소 직후 24일 현재까지 46개 기업이 211건의 데이터를 매물로 내놓았고, 총 65건이 거래됐다고 한다. 거래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데이터의 표준화와 적정가격 산출 등에 애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란 생각이다.

향후 ‘데이터경제’의 개막을 실감할 정도로 거래를 확실하게 활성화하려면 데이터결합 전문기관 도입, 유통 가이드라인을 통한 데이터 표준화 및 가격체계 마련, 핀테크스타트업 등을 위한 바우처사업, 전문인력 양성 등 발 빠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문이다.

데이터거래소를 통한 데이터거래가 연습 스파링이라면, 본격적인 메인 이벤트는 마이데이터산업이라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란 데이터사업자가 개인을 대신해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계좌의 잔액과 거래내용 등 금융데이터를 수집해 모은 데이터고, 마이데이터산업은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핵심은 개인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모아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따라서 이제까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삼았던 개인정보를 그 개인의 편익 제고를 위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며, 이것이 진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마이데이터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첫 번째 금융신산업으로 기존의 금융산업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첫째, 소비자의 최고 만족과 시장 효율성 제고효과다. 지금까지 은행, 보험, 증권은 ‘분절된(separated)’ 시장이었다. 즉 다들 고객에게 최고의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은행·보험·증권사 상품에서의 최고 맞춤형 상품이었지, 시장 전체는 아니었다. 이제 마이데이터로 시장 전체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별 금융회사가 아닌 시장에서의 최고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경쟁을 통한 시장 효율성도 개선할 것이란 얘기다.

둘째, 신산업으로서의 고용효과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 및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산업이다. 따라서 기존 금융산업의 고용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신산업의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을 통한 고용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셋째, 마이데이터산업은 물론 금융데이터를 기본으로 하지만, 비금융 정보, 예컨대 유통·통신·의료정보 등과의 결합을 통한 융합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 디지털화의 4단계 진입을 통한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뿐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데이터경제와의 선순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튼 포스트코로나는 디지털 가속화와 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향후 금융업계의 관전 포인트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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