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탄생 100주년] '재계의 오뚝이' 다시 회자... 불굴의 정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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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5-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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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중공업 발전 초석 닦은 개척자…건설중장비 생산

  • 공장 몰수·뇌졸중 등 잇단 위기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 귀감

경기 기흥 한라인재개발원 윤곡관. [사진=한라그룹 제공]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위기가 닥친 가운데, 탄생 100주년을 맞은 운곡(雲谷)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회장의 '오뚝이' 정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정 창업회장은 대한민국 중공업 발전의 초석을 놓은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격동의 20세기를 관통하면서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인물로, 지금도 재계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으로 기억되고 있다.
 
7일 한라그룹은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한라인재개발원 운곡관에서 정 창업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정 창업회장의 신념인 '꿈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홍석화 한라홀딩스 사장, 이석민 ㈜한라 사장, 탁일환 만도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그의 신념과 의지를 되새겼다. 정 회장은 "창업 회장님은 불굴의 정신과 패기로 거침없이 꿈을 실현한 선구자였다"며 "불확실성이 큰 역동의 시대에 정인영의 삶에서 용기를 얻어 새로운 한라그룹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중공업 기반 쌓아

1920년 5월 6일 탄생한 정 창업회장은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손아래 동생으로, 형을 도와 현대그룹이 기반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1962년 현대양행과 만도기계를 독자 설립해 제조업을 시작했다.

그는 국제개발처(AID) 차관을 얻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제철부터 플랜트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진 보스턴, 피츠버그의 첨단 기계공업 현장을 보고 "중공업 개발 없이 경제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에 현대양행을 설립, 초기에는 포크나 나이프 등 식기류를 생산하다가 1968년 해운사업부를 신설하고, 이듬해부터 프레스 부품들과 히터, 엔진 라디에이터 등으로 제품선을 확대했다.

1972년에는 경기 군포에 종합기계공장과 주조공장을 지어 국내 최초로 굴착기와 불도저 등 건설 중장비와 각종 산업설비를 생산하는 등 중공업 개척에 앞장섰다.

1976년 현대양행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정 창업회장은 그해 창원공장(현 두산중공업) 건설을 시작했다. 당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정 창업회장은 '인간이 마음먹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수력·화력·원자력 발전용 설비 제작에서부터 제철·석유화학·시멘트·해수담수화 관련 설비까지 총망라하는 대공사를 실시했다. 
 

1992년 9월 29일 뇌졸중의 역경을 딛고 김포공항을 걸어 나오는 정인영 창업회장. [사진=한라그룹 제공]

◆잇단 시련에도 다시 '우뚝' 

하지만 그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1980년 신군부는 발전설비 통합정책을 펼치며 현대양행을 몰수해 한국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2000년 두산이 인수한 뒤 이듬해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꿨다. 정 창업회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현대양행을 빼앗긴 뒤 남은 안양기계제작소를 기반으로 18명의 임직원들과 재기에 나서 한라그룹을 일으켰다.

그러나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1989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당시 70세였던 정 창업회장은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휠체어를 타고 경영 일선에 복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병을 이기는 것도 사업"이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휠체어에 앉아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휠체어의 부도옹'이라고 불렀다.

그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한라그룹 회장을 지내며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기 전까지 그룹을 재계 12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1997년 발발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한라그룹은 부도를 맞았다. 정 창업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1999년 모태기업인 만도기계를 매각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한라그룹을 되살린 그는 2006년 7월 20일 별세했다. 한라그룹은 2008년 3월 만도기계(현 만도)를 되찾았다.

오뚜기 정신의 표상으로 꼽히는 정 창업회장은 1991년 우리나라 중공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기업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 회장. [사진=한라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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