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기사 쓰는 NC, 노림수는 방대한 AI 학습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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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5-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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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대한 사진·동영상 자료, 딥러닝에 최적 조건

  • 5개 랩 중 게임은 1곳…프로야구 관련 AI 연구도

  • AI는 콘텐츠의 미래… ‘공격적 투자’ 분류

판교 엔씨소프트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데일리동방]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날씨기사를 쓰고 있다. 본업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엔씨소프트의 목적은 인공지능(AI) 활용을 통한 데이터 확보다. 대규모 인력으로 AI를 연구하는 엔씨소프트는 게임 안팎에서 얻은 연구 성과로 미래 동력을 키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연합뉴스에 AI 날씨기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2018년 5월 맺은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으로 R&D(연구개발)를 진행한 결과다. 기사 작성에 쓰이는 AI는 최근 3년치 날씨기사를 학습하고 기사 작성법을 훈련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 미디어에 도입된 국내 첫 사례다. 기계학습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구조다. 기존 AI 기사 작성 기술은 증시, 스포츠 경기 결과값을 정해진 틀에 넣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연합뉴스는 엔씨소프트 기술이 필요했고, 엔씨소프트는 언론사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문장과 사진 데이터를 학습하기에 뉴스통신사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언론사는 반복적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날씨기사에 AI가 필요했고, 엔씨는 그간 연합뉴스 기사로 키운 기술적 성과를 제공했다.

특히 이미지 분석이 중요한 게임사 입장에서 뉴스통신사의 방대한 사진·동영상 자료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R&D에 언론사 동영상이 활용되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기술의 특성상 이용 가치가 높다. 딥러닝은 데이터 특징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인식하는 ‘특징표현학습’을 가능케 한다. 사람은 눈으로 본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 각자의 행동에 반영한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컴퓨터도 할 수 있도록 특징 표현학습을 시키는 방법이 딥러닝이다. 문장을 분석하는 여타 기계학습과 달리 방대한 사진과 동영상이 필요하다.
 

엔씨소프트 AI 연혁. [자료=엔씨소프트 제공]

이번 발표는 2011년 세워진 AI 연구조직 성과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조직의 전문 개발 인력만 4월 현재 150명 규모다. 2개 센터 산하에 5개 랩(Lab)이 있다. AI센터와 NLP센터 두개를 축으로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으로 구성된다.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게임을 넘어 '엔씨의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라는 기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에게 게임은 작품이자 일터다. 개발자 보조 AI가 연구되는 이유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소요 시간, 비용 단축 등이 기대된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AI랩’에서 개발중인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Voice to animation)’이다. 보통 1분짜리 대화에 필요한 표정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다. 하지만 개발자가 말하는대로 AI가 결과를 보여주면 단시간에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개발자 업무를 돕는 심층 강화학습 기반의 의사결정기술(Decision Making), 기획자를 위한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 등이 연구중이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기계학습 기반 그래픽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계학습으로 기존 그래픽의 품질을 높이고 애니메이터의 수작업을 줄인다는 목표다.

학계에도 연구 성과가 기록되고 있다. 회사는 2018년 세계최고권위의 학회로 불리는 시그래프(SIGGRAPH ; 미국 전자계산기협회의 컴퓨터 그래픽 분과 회의)에 ‘모션 스타일 변형(Motion Style Transfer)’ 기술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딥러닝 기반 역운동학(Inverse Kinematics)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캐릭터 수백명이 하나의 게임 화면 안에서 동시에 자연스레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프로야구 구단주 엔씨소프트의 콘텐츠 고민은 야구 관련 AI 연구로도 이어진다. 회사는 현재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응원구단을 설정하면 구단과 선수에 대한 AI 콘텐츠와 구단 뉴스, 경기 일정, 결과, 순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AI가 직접 편집한 경기 요약 영상도 나온다. 모든 타석의 결과를 15~20분 수준으로 편집해 경기 전체를 한 번에 확인하기 쉽다. 경기 데이터 분석 기술에 기반한 경기 요약 정보와 ‘WE차트(실시간 승률 변화 그래프)’도 볼 수 있다. 페이지는 정보 콘텐츠뿐 아니라 AI와 대화를 나누는 페이지 톡(PAIGE Talk), 이용자 간 교감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신생 구단 입장에서 AI 활용 당위성은 불균등한 콘텐츠 공급에 맞춰진다. 장정선 엔씨소프트 NLP센터장은 24일 온라인 생중계 된 ‘AI in Everywhere(일상 속 인공지능)’ 간담회에서 “하루 나오는 야구뉴스가 100개면 엘롯기(LG・롯데・기아)가 90개”라며 “다른 팬이 즐길 콘텐츠가 없어 그런 부분을 콘텐츠로 가져오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리니지2M 실행화면 갈무리]

본업에선 이미 AI가 활약중이다. '리니지2M' 보스 몬스터 ‘여왕개미’가 대표적이다. 이 캐릭터는 자신의 굴에 들어온 적 가운데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위기인지 파악한다. 그에 따라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 스턴을 주는 등 최대한 많은 피해를 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이밖에도 약자를 도와주는 보스, 캐릭터 전체에 페로몬을 뿌려 게이머들의 상태를 일거에 바꾸는 보스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게임 내 보스들은 게이머들에게 아이템 주기 위한 자원일 뿐이었지만 AI 보스는 전투의 조율자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음성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보이스 커맨드’는 ‘리니지M’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회사는 ‘입구로 이동, 지원요청’ 등 간단한 명령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AI가 게임에 처음 적용된 날은 2018년 9월 15일 e스포츠대회 ‘블소(블레이드 & 소울)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이다. 이날 회사가 선보인 ‘비무 AI’는 사람과 흡사한 경기력을 보였다. 예를 들어 방어형 AI는 상대 체력을 줄이기보다 자신의 체력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 선수와 거리를 벌려 유리한 기회에 반격한다.

이날 경기에서 각 비무 AI는 유럽과 중국, 한국 최고 선수들과 접전을 보였다. 큰 규모의 상용 게임에서도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게이머는 현재 ‘블레이드&소울’ 게임 내 ‘무한의 탑’ 콘텐츠에서 딥러닝을 적용한 AI와 대결할 수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도 AI 교류에 적극적이다. 윤 사장은 스탠포드대학교 HAI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I) 자문위원이다. 이곳 자문위원에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나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대표, 알리바바 창업자인 제리 양, 구글 AI 총괄인 제프 딘 등이 포함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윤 사장은 미국 내 AI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얻은 정보나 인맥으로 AI센터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방면에 AI를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개발∙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R&D 통계 분석’을 보면 2018년 엔씨소프트 투자액 증가율은 2016년 21.3%, 2017년 77%, 2018년에는 57.5%를 나타내 ‘공격적 투자기업’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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