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의 ‘가로세로’] ​종교자유보다 이웃안전이 우선이라고 코로나는 말했다.

원철 스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입력 : 2020-04-27 09:28
 

 

[원철 스님, 출처: media Buddha.net ]


[원철스님의 ‘가로세로’] 종교의 자유보다 이웃 안전이 우선이라고 코로나는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 일주문 앞에 철사와 한지공예를 응용해 만든 아기부처님이 등장했다. 해가 질 무렵 은은한 조명불빛이 들어오자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서서 셔터를 누른다. 우정국로 가로수의 연푸른 잎을 배경 삼아 길을 따라 이어진 하늘에 걸린 형형색색 팔각등을 보니 비로소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심지어 시간까지 정지해 버린 느낌이다. 봄이 와도 봄이 온 줄 모르고 꽃이 피어도 꽃이 핀 것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닌, 그야말로 옛어른들의 말씀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게 해준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두어 달가량 집 밖을 나가지 못한 사이에 화사한 봄꽃들은 봐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피었다가 속절없이 혼자 스러졌다.

어느 새 달력은 오월이다. 절집은 양력과 음력을 동등하게 함께 사용하는 집안이다. 음력 사랑이 유별난지라 음력날짜가 크게 적혀 있는 달력은 생활 필수품이기도 하다.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8일이다. 종로 큰길에서 연등축제를 제대로 치르려면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병의 창궐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몇 개월 동안 함께 힘을 모으고 손이 가야 하는 수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그간 시간적 공백을 메워준 것은 고맙게도 음력달력이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짐을 기준으로 만든 음력은 태양력 365일에 비해서 일년에 열흘 정도 날짜가 모자란다. 그래서 3년 만에 한번씩 윤달을 만들어 끼워넣는 보완을 통해 공존해왔다. 그런데 윤달을 특정 달에 고정시키지 않았다. 윤삼월이 되기도 하고 윤오월 혹은 윤구월일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을 정하는 것은 전문역학자의 몫이다. 올해는 윤사월이다. 다시 말하면 사월이 두달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윤4월 8일이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다. 바이러스의 기운이 약해질 무렵당신의 생일도 제대로 명분있게 챙길 수 있게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장 원인이 특정종교단체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눈총은 모든 종교계로 옮겨갔다. 이후 종교의 자유보다는 국민 안전이 더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가의 방역정책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외신은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이 부인과 함께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고 그 바람에 총리까지 15일 동안 자가격리를 당했다고 전한다. 그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성애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말했다는 지라시 소식은 페이스북에 올려져 댓글까지 달린 채 지구촌으로 퍼져나갔다. 전염병은 애초부터 종교적 신념이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코로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양력달력에서 세기를 가르는 기준인 BC는 이제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로 불릴 만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학적 예언’에 따라 코로나 원년인 2020년은 ‘탈종교 시대’의 원년까지 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명 관광지 주민조차 외지인이 오는 것을 꺼리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권이 있어도 가고 싶은 날짜에 머물고 싶은 나라를 선택할 수도 없다. 바이러스 유행속도가 나라마다 다른 까닭이다. 비대면(非對面) 접촉이 보편화되면서 학교의 인터넷 강의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강의내용이 공개되면서 교사의 실력까지 알게 모르게 드러난다. 종교계 역시 인터넷을 이용한 설법 강론 설교 공개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따라서 종교인의 안목 또한 만천하에 노출될 날도 머지않았다.

어쨌거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간들의 활동반경이 줄어들면서 하늘이 파래지고 공기가 맑아진 것을 누구나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이유는 비행기와 자동차의 매연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만에 바뀐 현상이다. 자연의 회복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연기(緣起)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 정도의 평범한 상식을 가르치려고 2600여년 전 음력 4월 8일 선지식(善知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彼無故此無)
 

[조계사, 원철스님 제공] 

[연등, 월철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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