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디플레 공포에 기름 붓는 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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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4-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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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감소로 소비자물가 하락세 이미 시작

  • 저유가 이어지면서 디플레 추세 가속 붙어

  • "대공황보다 안 좋은 상황 올 수 있어"

'코로나19발 디플레' 공포가 세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경제 봉쇄가 길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국의 물가상승률이 4월 이후 더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계속되는 저유가 쇼크가 글로벌 디플레 공포에 기름을 부을 태세다.

20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물 만기에 따른 일시적 급락으로 풀이하지만,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저유가가 단기간에 회복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길어지는 유가 하락은 결국 물가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지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늘어지는 물가 하향 곡선이 세계 경제를 대공황 당시와 같은 디플레이션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경고한다.

◆"주요국 물가 더 떨어진다"··· 서비스 소비 위축 회복 더뎌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보다 더 낮은 결과다. 2015년 1월 이후 최대 폭 급락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주목하는 근원소비자물가도 3월에 0.1% 하락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것이다. 근원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하락)로 돌아선 것은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뉴욕증시는 이런 디플레 위협에도 코로나19 확산세 둔화와 치료제 개발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충격이 가시화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팬데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당장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해서다. 코로나19 충격을 직접 받은 항공,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는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글로벌 전략가인 앨버트 에드워즈는 지난 19일 로이터를 통해 "소비 급감이 디플레를 유발하면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은 현재 진행 중인 경기 침체보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붕괴 뒤 수십년간 저물가에 시달렸던 일본은 다시 디플레 벼랑 끝에 다다랐다. 블룸버그는 최근 "저유가가 4월 일본의 물가상승률을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돌아온 저물가는 일본 경제를 회복이 아닌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일본의 마이너스 물가 진입은 전 세계 경제에 저유가와 바이러스 위기로 인한 디플레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유가가 진짜 리스크"··· 단기 회복 힘들어

소비 위축 디플레 공포에 저유가는 기름을 붓는 격이다. 과거 일본은행의 물가 통계부문장이었던 아타고 노부야스 오카산 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유가가 진정한 리스크"라면서 “디플레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일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 우려에 선물 만기까지 겹쳐 초유의 가격이 나왔다.

5월 인도분 WTI의 만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대부분의 투자자가 원유 현물 인도 대신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5월물 가격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인 폭락은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21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6월물 WTI는 배럴당 20달러 초반을 전후해 움직이고 있다.

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감산을 본격화하고 코로나19 봉쇄가 점진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유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지만, 유가가 고속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저유가 쇼크로 인한 디플레 공포가 쉽게 가시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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