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바라보는 한국식 해석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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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0-04-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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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알아야 하는 베트남 정책의 단면 '민주성' '포용성'

  • 코로나 여파에 드러난 한국인의 대 베트남 '메카시즘'

  • 한국은 하나의 투자국일 뿐..."국력보다 개인 매력에 방점둬야"

원래부터 베트남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관광객 시설격리 조치에 한국 여론이 발끈했을 때. 아시아나 항공기 회항에 자국의 대사가 소환당했을 때. 많은 한국인들이 이번 봉쇄조치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 순간에도.

베트남은 그렇다. 아직은 많은 점에서 서투르고 투박한 면이 많다. 가끔은 설명이 부족해 답답할 때도 많다. 정부의 공식 발표조차 대변인이 나와 애매모호한 언급을 하곤 그것이 보도되는 것이 전부일 때도 있다. 이는 비단 정부정책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기업을 상대할 때도, 개개인을 만날때도 확실성을 부여하지 않는 어떤 공통적인 특성이 연결돼있다.

혹자는 이러한 특성을 한 가지 사례로 한국과 베트남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한다. 예컨대 한국은 화나는 일이 있으면 그 이전에부터 수 없는 경고와 협박을 일삼는다. 그러다가 정작 행동을 하려고 하면 멈칫하고 정작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경고나 협박은 없다. 꾹 참는다. 그러다 참을 때까지 참다가 바로 행동을 시작한다.

최근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 대한 온갖 우려가 쏟아지며 걱정과 비난을 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높아진 비난 여론을 오히려 부채질하면서 미리 짜놓은 마냥 '포스트 베트남' 투자처를 거론하기 바쁘다. 이제 말만 보면 당장이라도 한베 관계는 암흑기에 접어든 것만 같다. 마치 바둑에서 보자면 기사는 아직 흑 돌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해설자 마음대로 흑 돌의 두 수 세 수를 앞을 예단한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두 달전 아시아나 항공기 회항도 이런 관점에서 비유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발 항공기의 착륙을 주변 공항으로 요청했을 뿐이다. 다만 중앙부처와 관계기관의 혼선으로 통보시간이 늦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항공기 기장은 새로운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본국으로 회항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국내 여론은 들끓어 베트남이 착륙 자체를 금지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극성스러운 네티즌은 아예 베트남 전쟁과 공산당 증오발언까지 언급하며 메카시즘적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국제항공법상 해당국가의 요청 시 항공기를 주변 공항으로 안내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이 베트남 투자대국으로 올라서고 전략적협력관계가 된지 11년. 여전히 우리가 베트남을 바라보는 한 단면이다. 그동안 수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각 정부기관은 사무소를 본부까지 격상하며 베트남 알기에 열을 올렸지만 현실은 이렇다. 마찰이 일어나자 베트남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나 베트남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제 맘대로의 한국식 해석이 난무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바라보는 베트남의 일면은 공산국가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식 공산당체제에 길들여져 온 탓이 크다. 일단 한국에서는 공산당 하면 폐쇄성과 수직적 구조를 바라본다. 북한에서 절대 권력자의 한마디를 던지면 모든 당과 정부 간부는 일사분란한 지휘아래서 체계를 만든다. 감히 영도자의 의견은 거역할 수 없는 신성영역이다. 하지만 베트남 공산당을 북한식 공산당과 비교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같은 공산당이기엔 겉보기만 같을 뿐 속으로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치전문가인 이한우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베트남 정치체계는 민주적·포용적 요소가 접합해 있다. 비록 당과 정부가 한 몸인 공산당식 체계가 있으나 아무리 중앙정부라해도 수직적으로 모든 부분을 관할하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지방정부의 재량이 주어진다. 이는 지방정부뿐만이 아니라 각 부처와 각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게도 마찬가지다.

또한 베트남 의회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권력집중도 생각보다는 많이 다르다. 선거도 간접방식이 아닌 국민들 손으로 직접 뽑는다. 베트남조국전선위원회(VFF)를 통해 공천을 받지만 복수 후보가 나온다. 즉, 인물 중심의 선거가 이뤄지는 민주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앞서 벌어진 다낭 시설격리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관광객의 시설격리가 이뤄지자 외교부에 통보도 없이 이뤄진 점이라며 성을 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미 수일 전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입국제한 발언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자 베트남 일부 지방정부는 이를 일부 확대해석하는 실수아닌 실수를 했다. 이에 따라 총리 지시를 소급적용해 다낭에 온 한국 관광객들이 시설격리 조치됐다.

“저희도 시설격리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알려드리고 싶지만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베트남 국가지도위원회에서 의견을 내도 각 지방정부와 각 부처가 이를 각기 해석합니다. 또 총리 지시문을 보면 명확히 떨어지지 않고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도 많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한국인 시설격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응에 어려움을 토로한 현지 외교관의 전언이다. 시설격리냐. 자가격리냐. 베트남 입국정책 기준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오락가락했던 이유다.

이처럼 베트남은 지휘체계는 우리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그나마 요즘엔 코로나라는 ‘준전시’ 상황이라 그나마 각 규정을 많이 통일화했다. 평소 같으면 총리공표령이 지방으로 내려가는데도 시일이 상당히 걸린다. 또 공표령의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지방정부에 권한을 주는 측면이 많이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가 회항했다면 이게 베트남 중앙정부의 책임인지 해당 부처의 책임인지 또 베트남민간항공국 때문인지 쉽게 분간하기 힘들다.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이따금 외면한다. 한 국가나 사회를 바라볼 때는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민주정치제도인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제도 적용 방식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있다. 그리고 각국은 각자 고유한 문화적 특성에 따라 정부 정책의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베트남=공산당=한국입국금지라는 삼단논법으로 해석하는 문제가 아니란 애기다.

현재 베트남은 사실상의 전면적인 봉쇄조치를 실시 중이다.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많은 베트남 거주 한국교민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베트남 의료체계가 열악해 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베트남 국민들이 쉽게 말을 안 듣는 탓이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더 힘든 것은 한국인이 아닌 베트남인들이다. 코로나 제한 정책이 우리에겐 불편함이지만 그들에겐 생계가 달려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많은 베트남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계속해서 규정을 어기고 장사를 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국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박에 없다. 국민들에게 지금이 비상상황이라고 외치는 것. 바람직하던 아니던 계속해서 새롭게 규칙을 만들고 관영언론을 통해 이를 널리 전파하는 것 외에는 구심점을 확보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며 한국의 투자감소와 이에 따라 우리의 텃밭인 베트남을 일본과 중국에게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 한국특파원의 언급처럼 베트남을 텃밭이라 보는 시각은 결국 우리만의 관점일 뿐이다.

이미 코로나 전부터 한국의 투자액은 지난 2017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대규모 투자유치단까지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발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없었다. 베트남 업력이 오래된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에서 투자된 베트남 제조업은 이제 포화상태며, 서비스업을 진출하기엔 그 규모가 아직 너무 작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이나 일본이나 프랑스나 모두 선진국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누적투자가 1위고 일본이 2위라며 외우고 다니지도 않는다. 베트남 경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삼성도 우리에서야 자랑스러운 기업일지 모르나. 베트남에게는 애플나 샤오미 같이 휴대폰을 만드는 외국의 한 기업이다.

대부분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뿐 아니라 원래부터 모든 외국인에게 원래부터 친절함을 보여왔다. 그리고 언어의 한계든 또 다른 배려든지 별다른 말과 행동이 없다. 이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베트남인의 포용성과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베트남의 호의를 마치 자신이 마치 1등 국민으로 됐다는 것처럼 착각하고 꼭 한 마디씩 거드는 한국인들이 부지기수다. 여전히 ‘한국은 선진국, 베트남은 후진국'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베트남의 모든 것을 일단 의심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인다.

이미 많은 베트남인들은 한국인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으스댐(Bossy)’으로 표현한다. 결국 이는 몇 명의 한국 사람이 만든 이미지가 아니다. 굳이 베트남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난 댓글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국인들의 볼썽사나운 모습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베트남의 한국마켓에는 한 한국인이 베트남 점원을 무시하며 물건을 마치 던지듯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직원을 다루듯이 반말로 계산을 외친다. 사실 그 베트남인에게는 매일같이 보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한국이 1억 달러를 투자했든 2억 달러를 투자했든 코로나에 비난 여론이 많든 어찌되든 그에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오늘도 상대하는 이 사람은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항상 불만에 가득차고 으스대는 전형적인 한 한국인의 모습일 뿐이다. 그리고 그 직원은 별다른 말이 없다.

 

베트뉴 온라인 뉴스 ZING TV가 정부의 사회적 격리조치에도 여전히 많은 오토바이가 다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사진=ZING TV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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