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사옥·건물...기업들 알짜 부동산 매각 움직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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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4-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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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하반기 실물경기 타격 방어…부동산 매각해 현금 유동성 확보

  • "신규사업보다 리스트방어로 사업계획 바뀌어"

  • 적당한 가격에 매물 받아줄 수요자 찾기 관건

한진그룹이 소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사옥·보유토지·빌딩 등 핵심 부동산 자산을 내다파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5일 빌딩업계에 따르면 한진·현대제철·아모레퍼시픽·이마트 등 기존 보유 부동산을 현금 자산화하려는 대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진그룹은 최근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서울 송현동 부지 등을 비롯한 유휴자산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호텔 토지(5만3670㎡) 및 건물(1만2246㎡)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100%다.

특히 송현동 토지는 광화문과 지하철 3호선 안국역·경복궁 옆에 자리한 땅으로,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한진그룹은 이 땅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기로 했지만 각종 개발제한규제에 묶여 수년째 방치되다 이번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약 3100억원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땅의 가치가 최소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서울 논현동에 소재한 성암빌딩 매각을 위해 협상 중이다. 당초 1600억원에 한양건설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한양건설 측이 매각계획을 철회하면서 현재 협상 대상자가 3순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1985년에 준공된 이 빌딩은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인근에 위치, 연면적 3721평(1만2302㎡), 지상 9층·지하 2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지난해 말 이 빌딩이 매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강남의 알짜 오피스빌딩이 기근이라 3.3㎡당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최고가에 낙찰이 이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한양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모다아울렛이 빠졌고, 매매계약 체결이 어려워지자 3순위 협상자까지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찰에는 신영, 엠디엠, 미래인, 마스턴자산운용 등 대형사 15곳이 참여했다.

이 밖에 최근 현대제철도 서울영업소가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논현역 사이에 있는 8층짜리 건물이다. 이마트도 강서구 마곡동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구역을 최근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해당 부지는 이마트가 종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세우기 위해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400억여원에 매입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복합쇼핑몰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유동성이 악화되자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매각하게 됐다.

대기업들이 보유하던 알짜 매물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대형 오피스 빌딩 시장은 모처럼만에 활황세다. 관건은 적당한 가격에 받아줄 매수자가 있을지 여부다. 기업들이 신규사업지 확보보다 투자리스크 방어로 사업계획을 선회하면서 주인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빌딩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임대수요와 오피스텔 분양도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한 빌딩매각 전문가는 "올 하반기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실물경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계가 이런 매물을 받아줬지만 최근에는 게임, IT, 의학 등의 업종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좋은 매물이 나와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면서 "강남, 여의도 등 오피스타운 중심가는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도심 외각에 있는 매물이나 공장부지 등은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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