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삼성의 딜레마…다음달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나올까

백준무 기자입력 : 2020-04-09 11:03
준법감시위, 삼성 요청에 권고문 회신 기한 한달 연장 '법원 숙제'에 준법감시위 답 냈는데 재판부 교체될 수도 재계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직접 나설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의 시간'이 한달 더 미뤄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측의 요청에 따라 대국민 사과 권고문의 회신 기한을 다음달 11일로 연장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논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과의 상관관계를 주목한다. 재판부 교체 가능성을 두고 삼성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9일 준법감시위에 따르면 삼성 측이 최소 1개월 이상 권고문 회신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위원회는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비록 어려운 여건이만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비상경영으로 논의 일정 차질"…파기환송심 향방 고심 엿보여

앞서 지난달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 및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에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이 부회장이 직접 선언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삼성이 회신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은 논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사업영역 전반이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았고, 이에 따라 모든 경영진이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향방에 따라 삼성이 수용폭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애초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출범한 기구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준법감시위는 출범 이후 강도 높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준법감시위의 의견에 따라 삼성은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내역 무단열람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했다. 이밖에도 준법감시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를 30여건 접수했다.

◆재판부 교체될 경우 '원점'…이재용 부회장 경영 공백 우려도

하지만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검은 준법감시위의 활동이 이 부회장 양형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도 지난 1월 4차 공판을 마지막으로 3개월째 휴정에 들어간 상태다.

특검의 신청에 따라 재판부가 교체된다면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과거사에만 집중해 경영 발목이 잡힌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준법감시위의 껄끄러운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왔는데, 재판부가 바뀐다면 이같은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상 부담만 키우고 실익은 하나도 얻지 못하는 셈이다.

재판 장기화에 따른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내외 사업장의 가동 중단은 물론 매출 타격을 실감하고 있다. 1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2분기엔 '어닝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다음달 중으로 이 부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대국민 사과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창립 이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직접 나설 가능성도 높다. 삼성 측 역시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대해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 경우 이 부회장은 준법경영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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