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한 달에 6000억씩 적자...정부 지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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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기)=김해원 기자
입력 2020-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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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현동 부지 매각 주관사 이번주 발표...조종사 추가 순환 휴직 추진

"이렇게 심각한 사태는 처음이다. 한 달에 6000억 원씩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항공업계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길지 않다고 호소했다. 

고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진행된 추모행사에 앞서 만난 우 사장은 거듭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당장 버텨낼 항공사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횟수는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세워져 있는 상황이다. 꽉 막힌 하늘길로 자칫하다간 문 닫을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정부 신속한 지원 없으면 해외항공사에 도태..."장기화 대비해야"  
우 사장은 신속한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항공사 도산은 물론 버텨낸 항공사들도 결국에는 해외항공사들에 밀려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항공업계에 61조원(500억달러)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그는 "해외 대형 해외항공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전부 받으니 국내 항공사들은 글로벌 항공사들과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의 지원은 해외에 비해 늦다"고 꼬집었다. 우 사장은 "정부에 신용 보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회사채 등 우리 신용으로 돈을 빌려왔는데, 금융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차환이 어렵다. 빚을 늘리지 않고 최대한 차환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될 때까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채권 회수율(사채 상환율) 전망이 좋지 않다. 또한 그는 1분기 실적 예상에 대해서 "코로나19사태 이전인 1·2월과 화물 실적은 좋았지만, 2분기가 문제"라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최대한 직원들 안고 갈 것"...유급휴직 확대하고 비주력 자산 매각 속도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은 물론 직원들의 고용보장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그는 "직원들은 끝까지 안고 갈 계획"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 직원 결속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강조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까지 6개월간 인력의 70% 이상을 순환 휴직시키는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한다. 우 사장은 "직원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반직원에 대해 순환 유급 휴직을 진행 중이고, 이번 주 내로 한국인 조종사들에서도 순환 유급 휴직을 받기로 했다. 조종사들은 노조가 별도라서 따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주 등 노선이 회복되고 정상화되면 전부 돌아올 인원이기 때문에 복구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우 사장은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도 코로나 발생률이 상승하고 있어 우리나라만 잡힌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가 잡혀야 항공 수요가 생기는데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한참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유급휴직이 세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해 350억 정도를 고용보험을 내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며 "일부 직원들도 양보하고, 회사도 비용을 내고 고용보험을 통해 지원 받아서 직원들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비주력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한진그룹은 올해 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와 건물(605㎡)매각을 발표했다. 이 부지는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는데, 현재 공시지가만 6000억원대에 이른다. 

우 사장은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3곳으로 추려 프리젠테이션을 받았고, 이르면 이번주 내에 선정할 계획"이라며 "추가 사업부문 매각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대내외 악재로 인해 가족을 비롯한 약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한진가에서는 조원태 회장, 이명희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참석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좌측) 및 임원단이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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