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라 놀리지 말아요]② "결혼 못 하는 거 아니죠, 안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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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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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결혼은 여전히 가혹한 현실"

  • 젊은 세대일수록 비혼 선호 높아..."가족 범위, 비혼동거·사실혼으로 확대해야"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사람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결혼하고 싶었음에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혼자 사는 것이라고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 얼굴에는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는 핀잔이 가득하다.

주변의 잔소리가 지겨워 공식적으로 비혼 선언을 해도 마찬가지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 애들이 꼭 제일 먼저 결혼하더라"다. 
 
비혼을 택하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출산·양육에 대한 부담감 등이 저마다 다양하다. 주목할 점은 남성과 여성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에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공개한 '결혼·자녀·저출산과 관련한 도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비혼이 증가하는 이유로 남성이 꼽은 1위는 출산·양육 부담(32%)이었고, 다음이 과도한 주거비용(29%), 개인의 삶·여가 중시(17%), 이상적 배우자 못 만남(7%)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 개인의 삶·여가 중시(26%)를 가장 많이 꼽았고, 과도한 주거비용(21%), 출산·양육 부담(20%), 이상적 배우자 못 만남(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꺼리는 반면, 여성은 개인 삶을 즐기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서희진(여·31) 씨는 "우리나라는 결혼 후 맞벌이를 해도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시월드도 무시 못 하는 걸림돌이라, 굳이 결혼해서 평생 짐을 이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혼을 택하는 여성이 늘면서 향후 여성 1인 가구주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자 가구주 비중은 2017년 30.4%에서 오는 2047년에는 39.2%로 늘어날 전망이다. 젊은 층에서는 미혼추세가 심화하고, 고령층에서는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남편을 사별한 여성 가구가 많아지는 탓이다.

이처럼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법이나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혼인·혈연뿐만 아니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부모·다문화·비혼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다. 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 등 지원정책의 필요성에도 국민 다수가 공감했다. 응답자의 66%는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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