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사치" 佛유명작가들 시골여행기 연재에 시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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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20-04-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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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작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도시를 떠나 시골 별장에서의 호화로운 일상을 신문에 연재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작가는 레일라 슬리마니(38)와 마리 다리외세크(51)이다.

소설 '달콤한 노래'로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지난달 13일부터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별장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다.

그는 일간지 르 몽드의 온라인판과 종이신문에 '격리 일기'(Journal du confinement)라는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첫날인 지난달 18일 일기에서는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방의 창틈으로 언덕 위의 여명이 동터오는 것을 보았다. 풀잎에 서리가 내리고 보리수나무에는 첫 싹이 움텄다"고 적었다.

가장 최근에 기고한 지난 3일의 여섯 번째 일기에서는 "인간의 피부는 가장 무겁고 가장 넓은 기관이다. 갓난아기의 피부는 엄마의 배 위에 포개지고, 우리는 태양의 애무와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자신의 피부를 드러낸다"면서 "코로나19 전염병이 타인의 피부를 점점 덜 만지게 되는 경향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슬리마니의 이런 '격리 일기'의 연재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부르주아 작가의 무신경한 향락적 취미라는 식의 비판이 이어졌다.

소설가인 디안 뒤크레는 주간지 마리안 기고문에서 슬리마니를 프랑스 혁명기 당시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어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다. 슬리마니의 격리 생활은 동화와도 같다. 베르사유 트리아농 궁에서 농부 흉내를 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2013년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소설로 메디치상을 수상한 마리 다리외세크도 지난달 20일 주간지 르푸앙에 기고한 피란기로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고향인 바스크 지방으로 다급히 '피란'을 간 얘기를 쓰고는 "파리 번호판을 단 차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 차고에 있던 낡은 차를 꺼냈다"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는 한적한 지방의 시골 마을과 관광지로 파리와 리옹 등에 거주하는 부유층이 몰려들어 원주민들의 불만 여론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독립언론인 니콜라 케넬은 자신의 트위터에 슬리마니의 격리일기를 공유하고는 "안녕하세요! 가난한 분들, 15㎡ 방에 갇혀 잘 지내세요? 이 시간을 잘 보내려면 시골에 별장을 가진 작가의 일기를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조롱했다.
 

레일라 슬리마니.[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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