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사태]중국판 스타벅스의 예고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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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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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매장 직원들 폭로..."주문량 100건 중 90%가 공짜주문"

  • "루이싱 바리스타 '버튼 바리스타'로 불려... 매장 수 늘리기만 주력"

  • 올 초 美리서치 업체, 루이싱 판매량, 판매 가격 부풀리기 의혹 제기

“예고된 추락이었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중국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루이싱커피 회계부정 사태가 발생하자 루이싱 각 지점의 점장·부점장으로 근무했던 이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공짜 쿠폰을 남발하는 과도한 할인 마케팅과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한 ‘보여주기 식’ 경영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란 얘기다.

류페이(劉飛) 루이싱커피 부점장은 지난 6일 중국 매체 36커와 가진 인터뷰에서 루이싱커피의 이번 회계부정 사태는 이미 여러 지점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일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보통 하루 평균 주문량은 100건 정도였지만, 대부분이 무료 주문 건이었다”고 밝혔다. 본사에서 나눠주는 ‘첫 잔 무료’, ‘추천 무료’ 등 쿠폰을 통해 돈을 지불하지 않고 커피를 구매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는 “초반에는 주문량의 90%가 무료 주문이었고, 최근엔 70%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루이싱커피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 탓에 수익성이 의문이라는 의혹에 시달려왔다. 2018년 루이싱커피는 16억1900만 위안(약 2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9000만잔의 커피를 팔았는데 커피 한 잔씩 팔 때마다 평균 18위안의 손해가 난 셈이다.

커피 맛과 품질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커피 전문점이 이를 간과한 채 매장 수 늘리기에만 집중했던 점도 루이싱 사태를 주도한 '원흉'으로 지적됐다. 류 부점장에 따르면 루이싱의 바리스타들은 중국에서 ‘커피 버튼 바리스타’라고 불린다. 단지 기계 버튼만 누를 줄 알면 커피를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류 부점장은 “회사에서 평소에 교육을 받긴 하지만 모두 매우 간단한 것들이며, 커피 관련 기술이나 지식은 교육받지 않는다”며 “루이싱 점장, 부점장을 지냈다는 경력은 나중에 업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커피 품질에 집중하는 대신 루이싱은 매장 수 늘리기에 총력을 쏟았다. 2017년 중국 샤먼에서 사업을 시작한 루이싱은 설립 1년 6개월 만에 전국 28개 도시 총 2370개 매장을 확보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장수는 4507개로 스타벅스(4125개)를 추월했다.

문제는 이 같은 매장 수 늘리기도 주먹구구식이었단 것이다. 쑹리(宋曆) 전 루이싱 매장관리자는 “본점에서는 신규 매장을 열 건물이나 자리를 하루에 30개씩 알아보도록 했다”며 “그러다 보니 오픈 조건 등 필요한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루이싱의 추락 신호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었다. 올해 초 미국의 상장사 비리고발 리서치 업체인 머디워터스리서치는 89페이지짜리 익명의 보고서를 입수해 루이싱커피를 공매도 대상에 올린 바 있다.

당시 머디워터스리서치는 익명의 보고서가 CCTV자료, 영수증 등 데이터를 직접 분석한 결과, 2019년 3분기 기준 루이싱커피의 점포별 일평균 판매량과 평균 판매가격이 각각 69%, 12%씩 허위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루이싱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루이싱은 모든 주문이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매출이 시스템에 자동 등록돼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루이싱의 추락은 현실화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루이싱은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지난 2~4분기 매출액이 22억 위안 부풀려진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최고운영책임자인 류젠과 일부 직원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루이싱커피(LK) 주가는 단 하루 만에 75.57% 급락했다. 1일 종가가 26.2달러였는데 2일 종가는 6.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주가는 4.9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루밤 사이에 약 6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이다. 다음날에도 루이싱의 주가 폭락은 이어졌다. 3일 루이싱의 종가는 5.38달러다.
 

루이싱 커피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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