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니엘의 일본 풍경화] (7) 코로나 3災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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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 대표
입력 2020-04-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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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니엘]



첩첩산중이다. 일본 수상 아베 신조의 현재의 상황이다. 그는 전후 최장임기를 역임한 수상으로서 화려한 은퇴를 꿈꾸고 있었다. 필자는 그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하여 2014년 4월 17일 수상관저에서 그를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과민성 대장염으로 인하여 2007년에 수상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2012년에 수상으로 컴백한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과학이라고 분류되는 경제학에서도 운은 경제현상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하물며 정치에서이랴. 그는 운이 좋은 정치가였다. 1954년생인 그가 정치에 발을 디딘 것은 28세이던 1982년에 자신의 부친 아베 신타로가 외무대신으로 기용되자 그 비서실에 취직한 것이었다. 그 전에 그는 고베철강에 근무하던 샐러리맨이었다.

그런 그가 일본역사상 최장기 임기를 역임하는 수상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오늘 아베 신조는 총 8년 이상 수상 자리에 앉아 있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2021년 9월까지 수상 자리에 있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아베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아베를 전국적인 정치가로 키우고 수상 자리를 넘겨준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불을 댕긴 것이다. 지난 3월 30일, 고이즈미는 [주간아사히]와의 독점인터뷰에서 아베는 ‘거짓말장이’이며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아베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이러한 생각을 오래 부터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고이즈미 정권에서 간사장을 역임한 사람은 야마사키 타쿠, 다케베 츠토무, 그리고 아베 신조이다. 아베의 대 선배벌인 고이즈미 등 세 사람은 이미 2년 전부터 아베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 선두에 선 사람이 고이즈미였지만, 그로서는 아들 신지로가 장래 수상으로 촉망되는 상황에서 아들을 위한 발언으로 오해받는 것을 경계하여 ‘참다가’ 드디어 공공연하게 입을 연 것이다.

나쁜 일이 겹치는 것을 우리말로는 엎친데 덮친 격이라 하고 한자로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하며 영어에서는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너무나 순조롭던 아베의 정치 역정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는 일본에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인들에게는 비상한 관심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일본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준 근래의 큰 사건들을 꼽으라면 2008년의 리먼쇼크와 2011년의동일본대지진을 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일본정부의 발표만을 놓고 보면 코로나사태에 대하여 일본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일본의 재계에서는 코로나사태가 리먼쇼크나 동일본대지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이지 않은 세균의 작용에 대처할 방법을 기업의 합리적인 타산으로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2019년의 소비세 인상으로 일단 침체되었지만, 2020년의 올림픽·패럴림픽을 통과하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는 있었다. 그러나 신형 코로나 유행의 장기화로 먹구름이 감돌기 시작했다. 일본의 일부 경제평론가는 일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소비가 현재의 절반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경기의 회복 또한 어려워서, 동일본대지진의 경우 사고의 1개월 이후에는 전국적인 소비가 원상으로 돌아왔으나, 코로나사태가 전국으로 번진다면 소비회복은 최소 3-4개월 이상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한다.

닛코증권의 내부의견을 보면, 코로나사태가 금년도 상반기를 지나 여름에까지 확대될 경우, 일본의 GDP가 약 7.8조엔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올림픽이 제때에 열리진 못하는 부분의 손해, 일본관광업의 장기적 타격, 그리고 상장기업의 순이익감소 등을 평가한 것이다.

코로나사태는 일본의 금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는 안전자산 중의 하나로 인정되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코로나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엔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일본중앙은행 총재인 구로다가 ‘구로다블록’이라고 말하는 달러당 125엔보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막겠다는 방침이 지켜질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경제인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이 수입물가의 앙등이다.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원과 식료품 등을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엔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무역수지의 악화는 불가피하다.

한편, 아베노믹스의 진작을 위하여 이미 무리하게 시장에 돈을 푼 중앙은행은 경기가 침체하여도 더 이상 금융완화를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리먼 쇼크의 영향으로 2008년도의 실질 GDP 성장률은 -3.4%, 2009년도는 -2.2%를 기록하였다. 코로나사태의 충격이 리먼쇼크에 버금가는 것이라면, 2020년도 실질 GDP 성장률은 보수적으로 예측해도 2-3%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용평가회사 핏치는 2020년의 일본경제성장율을 - 0.2%에서 -1.1%로 하향수정하였다.

올림픽 연기

1964년의 도쿄올림픽은 일본현대사에서는 하나의 스포츠제전을 초월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스스로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했지만, 그 적이던 미국의 도움으로 ‘전후경제기적’을 이루었고, 그 기적의 가시적 구현물이 일본제 컬러TV였다. 일반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컬러TV로 세계의 선수들이 형형색색의 깃발을 들고 동경올림픽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것을 보고 일본인들은 눈물을 머금으며 ‘전후시대는 끝났다’(もはや戦後ではない)고 암묵의 만장일치를 하였다.

그로부터 56년 후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이제 쇠퇴하는 일본사회는 2020년의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거국적인 감동과 자신감의 리셋을 경험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장면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떠오르는 패권국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을 불러 도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정계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베 신조의 꿈이었다. 그러나 듣도보도 못한 코로나19라는 병균 때문에 아베의 꿈도 일본시민의 꿈도 깨어졌다.

그리고 그 꿈에서 헤어난 일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경제침체의 리스크이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동경도는 올림픽의 경제효과를 '32조엔'으로 추정하였다. 이 수치에는 교통인프라의 정비와 장애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촉진 등의 간접적인 경제활동과 이를 지탱하는 인프라가 가져올 유산(遺産)효과를 포함한 것이었다.

당초에 일본정부와 동경도는 '세계에서 가장 콤팩트한 올림픽'을 목표로 하여 경비를 7,000억 엔으로 억제하고자 하였으나, 시간이 가면서 경비가 늘어나 3조엔 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올림픽에 맞추어 동경도가 진행해 온 사업 등이 다수 있고, 중앙정부에서도 부대적인 인프라 정비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정비, 대회운영, 방영비 등의 직접적효과가 약 5조 2천억엔이지만, 유산효과는 그 5배인 27억엔 이상을 기대한 것이었다. 올림픽이 내년에 개최된다고는 하지만, 동경도로서는 기대하던 효과가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경도지사 재선을 노리던 고이케 (小池百合子)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진전이다.

일본의 재계에서도 반수에 가까운 기업들이 도쿄올림픽의 개최가 일본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일본은행은 올림픽의 특수경기효과를 8조엔 정도로 추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연기로, 기업이 사업 축소나 도산 등을 피할 수 없게 되면, 그 악영향은 우선 고용에 미칠 것이다. 특히 최근에 일본경제의 커다란 암운으로 등장한 비정규직 고용자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469만 명 증가했고, 이번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권 내에서는 151만 명 증가했다. 따라서 이 151만 명의 비정규직이 일제히 실직한다고 가정하면 실업률은 2.4%에서 4.6%까지 상승하게 된다.

동경올림픽의 거시 및 미시적 경제효과를 일일히 논할 수 없다. 그러나 아베정권의 안태와 관련하여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올림픽의 연기는 그 동안 내놓은 많은 정책이라는 가상건물의 대들보를 빼어 버리는 것이다.

자민당에 닥치는 최대의 시련

1955년에 탄생한 자민당은 지금까지의 65년의 기간에 정권을 내 준 것이 7년 미만이다. 단순히 말하여 일본의 정치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정치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그 원인을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본시민사회의 보수성이다. 대내적으로 일본은 시민혁명이 없었던 유일한 선진국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따라감으로써 국제정치의 파도를 넘어왔다.

말을 바꾼다면 자민당은 온실 속의 덩치 큰 화초와 같은 정치집단이다.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고 한국의 IMF사태와 같이 기존질서를 바꿀 정도의 위기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다. 결국 자민당은 위기를 헤쳐나간 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2011년의 동일본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재해를 맞은 것은 우연히도 ‘잠깐’ 정권을 맡은 민주당이었다. 따라서 자민당에는 위기상황에 대처한 경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대책은 정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재 상태로서는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우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일제 휴교한 초·중·고등학교의 조기 재개이다. 이어 곧 발표하게 되는 영세·중소기업을 위한 경제대책의 핵심이 되는 법인사업세, 법인주민세, 소비세(1-3월기 결산)의 납세 기한의 연기 등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다.

올림픽의 연기시점에 관해서는 무수한 관측이 있었지만, 역시 자민당이 내린 결정은 지극히 정치적이었다. 즉 국제올림픽위원장 토마스 바흐의 재선이 2021년에 있게 되므로, 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동경올림픽 중지는 일단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바흐의 입장이나 2021년 9월말에 정치에서 은퇴할 아베의 입장을 보아도 1년 연기가 정답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올림픽위원장 모리 요시로는 아베의 정치적 스승의 한 사람이다.

나아가서 자민당 내부의 시나리오도 한 몫을 하였을 것이다. 즉, 코로나사태가 중국에 이어 한국, 일본에서 진정되고 치료약이나 왁찐이 개발이 된다. 그렇다면 금년 후반에는 미국과 유럽의 사태가 진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후반에는 내년의 올림픽경기에 대한 기대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고 2021년의 경제전망이 한층 밝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코로나와 올림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정치가’ 아베는 2021년 가을에 자신의 후임자를 지명하고, 가부키의 주역배우와 같이 ‘꽃길’ (花道)를 걸어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정계에서 은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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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니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하여 MIT에서 비교정치경제학을 전공하며 일본전문가로 교육받았다.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시작되던 1989년 3월에 도쿄에서 연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일본에서 보냈다. 학자로서 홍콩과기대와 중국인민은행 등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컨설팅업에 종사하며 미국과 일본의 회사에서 일본과 관련한 일을 하고, 현재는 서울에서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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