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가해자는 경징계, 피해자는 중징계+강제 전역...군대에 정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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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03-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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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임·파면 아닌데 강제 전역 길 열어준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제도 악용

  • 때린 사람은 그대로 두고 피해사실 언론에 알렸다고 내쫓아

2007년 공군에 입대한 OOO 하사는 선임간부들의 폭행 등에 시달렸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주먹질을 견디다 못한 그는 군 당국에 폭행피해를 알리게 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가해자들을 일벌백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경징계를 받는데 그친 것. 오히려 군은 피해자인 OOO 하사를 다른 부대로 전출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 전출 이후에도 가해자인 선임간부들은 '보복하겠다'는 메일을 OOO 하사에게 계속 보냈다. 위협이 계속되자 견디지 못한 OOO 하사는 언론에 피해사실을 제보했다.

그러자 군은 OOO 하사가 '보고절차를 어겼다'며 중징계를 내렸고, 이어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에 회부했다. 결국 그는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아 강제전역 했다.

◆악용된 '현역복무부적합 전역' 제도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제도란 능력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 등 대통령령(군인사법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다.

군인사법 제37조는 본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은 전역에 대해 정하면서 ‘기타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을 그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에서는 이러한 현역복무부적합 전역 사유를 정하고 있으며,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와 제57조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조사받을 사유 등을 명시하고 있다.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처분을 받았거나 동일계급에서 2회 이상 경징계(견책, 근신, 감봉) 처분을 받은 자는 자동적으로 현역복무부적합 심사에 회부되게 된다. 군에서의 징계는 군인사법 등에 따라 견책부터 해임, 파면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제도는 해임이나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도 사실상 강제로 전역시킬 수 있는 제도로 악용된다. 

특히 현역복무부적합 심사에 회부된 경우 전역 사유로 정하고 있는 ▲능력 부족으로 해당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 ▲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 ▲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사람 ▲그밖에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 중 어느 하나에만 적용돼도 전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폭행 피해자가 단지 피해사실을 사건을 외부에 알렸다고 해서 '강제 전역' 당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법조계 '이중처벌 가능성' 커

군의 여러 특수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군인 역시 신분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공무원이다. 신분의 안정성은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중요한 가치다. 그럼에도 군인사법 등은 현역복무부적합 전역 제도를 두고 그 사유 등을 지나치게 모호하고 폭 넓게 규정하고 있다. 

최영기 법무법인 승전 변호사는 "이는 분명 엄격하게 법률로써 정하고 있는 군 징계제도를 해태하는 것이고, 하나의 잘못에 대해 이미 징계를 받았음에도 2중 처벌을 받도록 가중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역복무부적합 심사에 회부된 전역 사유들 역시 도덕적, 업무적 판단을 포함하는 매우 모호한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악용의 여지를 열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행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을 매우 엄격하고 좁은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000하사처럼 피해자 억울하게 쫓겨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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