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제로금리] 금리 내렸지만…돈맥경화 심화·디플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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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서대웅 기자
입력 2020-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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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코로나 타격까지

  • 위험자산 기피 심리 커진 탓···투자 위축

  • 시장 참가자, 안전자산 회사채마저 외면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전격 인하했지만, 경기 반등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히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부동자금'이 돼 돈맥경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물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코로나19 타격까지 받으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 우려는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1월 M1(협의통화) 평균 잔액은 945조103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5% 늘었다. M1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월 2.1%에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M1은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에 요구불예금 등 예금기관의 결제성예금을 더한 것으로, 대표적인 부동자금이다. M1이 늘어난다는 것은 현재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돈이 채권 등에 들어간 뒤 기업에 흘러가야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는데, 경제주체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지갑에만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종전 연 1.50%에서 1.25%로 인하했으나,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M2(광의통화)를 보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1월 가계가 보유한 M2는 1517조3240억원으로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어섰으며, 기업의 경우 794조9663억원으로 8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M2는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예적금 등 금융상품을 포함한 통화지표로, 약간의 이자소득만 포기하면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M1과 더불어 부동자금에 속한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음에도 돈이 돌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유행(팬데믹)이 되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진 탓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팔자' 행렬에 나서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최근 하나은행이 신용등급 AA등급인 후순위 채권 모집에 실패하고, BBB+등급인 키움캐피탈이 모집금액 500억원 중 17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친 사례는 이를 방증한다. 시장 참가자들이 안전자산인 회사채에 대한 투자도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돈맥경화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겨 통화정책으로 대응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실물경제 자체가 나빠진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어서, 이번 금리인하 정책에도 소비나 투자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기 부진 영향을 받아 디플레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정부 규제가 있다지만, 시중에 풀린 자금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주요국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는 내려야 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 강력한 주택대출 규제를 내놓지 않으면 자산 버블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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