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이상 상장사 여성 이사 의무화…인재풀 없어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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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3-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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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0곳 중 8곳은 여성 이사를 단 한명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에 여성 1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등기임원을 선임하는 기업의 경우 임기가 대개 3년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여성 인재 모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늦어도 2022년 7월까지는 여성 등기이사를 적어도 1명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기업들은 인재풀이 부족해 여성 등기임원 선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이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여성 임원이 승진할 수 있는 구조 위해 '사내유리천장'을 깨는 게 먼저라고 조언하고 있다. 

9일 기업 분석사이트 재벌닷컴과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43곳 중 79.7%인 114곳이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등기임원 전원이 남성이었고 포스코,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현대제철, LG전자,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도 여성 등기임원이 없었다. 나머지 29곳(20.3%)은 여성 등기임원을 두긴 했으나 여성 임원의 수는 남성과 비교해 적었다. SK텔레콤, 롯데쇼핑, 카카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등 24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뿐이었으며 삼성전자와 신세계 등 4곳은 2명이었다. 국내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 대표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3명이다.

7월부터 실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면 안 된다. 다만, 미등기 임원의 경우에도 국내 기업에서 여성이 극소수다. 이 때문에 등기 임원을 여성으로 모시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다. 이에 정부는 현재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대상 기업들은 2022년 7월까지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여성 임원 할당제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해 국내 대기업 여성 등기 임원 비율이 전 세계 40개국 중 최저로 나타나면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성 등기임원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이 기업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도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은 OECD 국가 중 상장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제도로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르웨이도 2007년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에는 여성임원 인재 풀이 없어서 이사회 인원을 줄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여성 임원을 섭외해오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현재 노르웨이는 여성 임원 비율이 40%로 올라갔다"며 "노르웨이의 이 같은 현상은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면서 유리천장이 많이 제거 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현재는 여성 임원이 많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제도를 통해 중간관리자들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임원할당제를 최초로 도입한 노르웨이는 이사회 인원이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각각 40% 이상의 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조직개편 의무가 주어지고, 상장폐지까지 가능하다. 스페인은 40% 이상을 할당하도록 했고, 이를 준수한 기업은 정부와 계약 시 우선권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감독이사회(우리나라 사외이사와 비슷) 구성원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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