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매진됐습니다” 하루 수백번 반복하다 목 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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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3-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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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부터 마스크 5부제 본격 시행

  • 어린이‧노인까지 대리 구매 범위 늘려

  • 약사들 고충…“판매처 더 늘렸으면”

8일 낮 12시 30분께 경기 군포시 산본에 위치한 한 약국 주변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태림 기자]


“봉사하는 마음이긴 한데, 같은 말을 몇 시간씩 되풀이하자니 다소 힘이 드네요.”

태어난 연도에 따라 요일별로 구매를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 본격 시행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부근 한 약사는 지친 기색을 내보였다. 기자가 약국에 머문 시간이 10분 남짓밖에 안 됐는데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3명이나 방문했다. 약사는 고객이 올 때마다 “마스크는 품절입니다”를 반복적으로 말했다. 어떤 고객은 “몇 시에 파는지 왜 정확한 시간을 공지하지 않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약사는 “공급업체에서 마스크를 전달하는 시간이 매번 달라 어쩔 수 없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같은 이야기를 매일 수백번은 반복해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마스크 5부제로 전화 문의 및 방문 손님에게 일일이 답변하느라 목이 쉴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우체국과 농협에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약국에서 마스크 5부제 시행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돼 약국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산본의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 6일부터 공적 마스크에 대해 1인당 2장으로 구매를 제한하라는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존엔 10~20분이면 마스크가 매진됐는데 왜 1인당 2장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팔다 보니 100장 정도 판매하는 데 1시간 걸렸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5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관계자도 “(우리가) 1100원에 들여와 1500원에 판다”며 “마스크 판매는 이익이 남는 게 아니라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별 수 있겠느냐만 (정부가) 약국 외 주민센터 등 다른 판매 채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일각에선 마스크 5부제로 무분별한 중복구매자가 줄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논현동의 한 약사는 “그동안에도 많은 손님들이 쓸 수 있도록 1인당 1장만 판매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중복 구매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며 “일주일간 2장뿐이지만 (손님들이) 골고루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약국 문 앞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한편, 이날 정부는 어린이와 노인들의 마스크 구매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리 구매 범위를 확대했다.

앞서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대리 구매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 구매 5부제와 관련, “대리 수령의 범위를 넓히라”고 지시하자 이에 따른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리 구매 대상은 2010년 이후 출생한 10세 이하 어린이 458만명과 1940년 이전 출생한 80세 이상 노인 191만명이다. 올해 2월 기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31만명도 포함된다.

주민등록부상 동거인(대리 구매자)이 대리구매 대상자인 어린이 또는 노인의 출생연도 끝자리에 해당하는 요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인 경우 월요일에 부모가 대리 구매하는 방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안정대책 초기에 어린이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대리구매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9일부터) 대리구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일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문 앞에 '마스크 없음' 공지를 게재했다.[사진=김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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