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폭증·금융시장 혼란 우려···금리인하 '신중모드'

윤동 기자입력 : 2020-02-27 18:12
글로벌 경기 변동성 확대·성장둔화 대응 금리인하 시 실효하한 0%대 접근도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한국 경제 성장세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히면서도 선제적 금리 인하는 유보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 원화 가치 하락을 감안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 1.2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 동시에 지난해 11월 2.3%로 내다봤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개월 만에 0.2% 포인트 낮춘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글로벌 주가는 올해 1월까지 558.6을 유지하다 이달 26일 기준 539.8로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1.51%에서 1.34%로 0.17% 포인트 떨어졌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국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코로나 사태를 반영해 지표 둔화가 가시화됐다. CSI는 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 낙폭(7.3포인트)을 기록했고, BSI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낙폭(10포인트)이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한은은 기존에 예견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며 보수적 자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자칫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가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은행]

우선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할 경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은 16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분기별 증가세를 살펴봐도 지난해 3분기(3.9%)까지 둔화세가 유지됐으나 4분기 들어 4.1%로 상승 전환됐다. 지금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가 대폭 늘어날 우려가 크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2·20 방안까지 총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 잡기에 나섰으나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 가격도 안정됐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달러당 1156원이었지만, 올 1월 말 1192원으로 급등한 데 이어 27일 종가는 1217.2원까지 올랐다.

아울러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검토에 나선 것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추경 편성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라 한은이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한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인 0%대에 접근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만약 이번에 인하를 결정했다면 이후 위기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전망대로 진행될지 장기화할지 엄밀하게 살펴보면서 기준금리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주열 총재.[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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