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22년간 노회찬과 함께한 정호진 "가짜 정당 잡고 '진보집권플랜 3단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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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정치팀 팀장
입력 2020-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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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호진 공정언론특별위원장 인터뷰

  • 정호진, 노회찬 비서관부터 당 대변인까지…22년간 진보정치 한길만

  • 낡은 정치 잡을 검증된 정의당 입…정호진 "가짜뉴스 잡는 저격수할 것"

  • 국회 1호 법안 '가짜정당 방지법'…"행복추구권 살아 움직이도록 하겠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전쟁 같은 22년이 흘렀다. 기억나지 않는 새벽 어느 날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나둘 떠나는 동지들의 등을 바라만 봤다. 하지만 해마다 오월은 다시 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봄이 찾아오면 다시금 신발 끈을 동여맸다.

'진보 정치만이 희망이다', '진보 정당만이 희망이다', '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되새겼다. 어쩌면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일지도 모른다. '다시 노회찬 정신이다.' 진보 정당과 함께한 22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나선 정호진 공정언론특별위원장 얘기다.

정 위원장은 대한민국 진보 정당의 산증인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비서관과 정의당 대변인 등을 거쳤다. 현재 노회찬재단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자신을 "낡은 정치를 잡을 검증된 정의당의 입"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검증된 정치인"이라며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총선은 '진짜 정당' 대 '가짜 정당'의 대결"이라며 "'가짜 정당'인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미래한국당은 일체의 정당 활동 없이 현역 의원 5명을 위장 전입시킨 뒤 6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며 "가히 날강도다. '세금 강탈'과 '국고 사기'다.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 위원장은 "정의당은 미래한국당과 맞서 싸워 정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며 "누가 정의당의 비례대표가 돼야 하나. 정호진이 맨 앞장에 서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정신'을 이어받아 '진보 정치의 전성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득 궁금했다. '노회찬 정신'은 무엇일까. 정 위원장은 "노 전 의원은 진보정치의 프로메테우스였다"고 회고했다. 래디컬(급진적)과 엄숙주의가 판치는 진보 정치의 금기를 깬 정치인이었다는 얘기다. 진보 혁명가로 불린 프랑스의 콩도르세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프로메테우스적 능력이야말로 역사의 진보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원내에 진입하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명 '가짜 정당 방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제10조인 행복추구권을 언급,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즉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여전히 법 밖에 있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가 많다.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는 진보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위원장은 '포스트 총선' 전략에 대해 "21대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한 뒤 다음 대선에서 수권정당을 검증받고, 이후 제1야당 교체를 하는 '3단계의 진보집권 플랜'이 필요하다"며 "진보집권 플랜에 정호진이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인 정호진 공정언론특별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낡은 정치 싹 쓸어야만 민생 바뀐다"

 

정호진 정의당 공정언론특별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노회찬 정신을 이어받아 제21대 국회에 입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로 출마했다. '낡은 정치를 잡을 검증된 정의당의 입'이란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출마 각오를 말해 달라.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 대변인으로 직접 현장을 목도했는데, (차마) 두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국민이 왜 국회를 불신하는지, 두 눈으로 직시했다. 정치가 바뀌어야 민생이 바뀐다. 이것은 진리다. 낡은 정치부터 싹 쓸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민생도 바뀐다."

-'정호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정의당이 키운 준비된 정치인'이자, '연습이 필요 없는 정치인'이다. 제17대 국회 때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정의당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정호진'만의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노동당 이전인 '국민승리21'때부터 당시 원외였던 노회찬 전 의원과 진보 정당을 같이 만들었다. 이후 비서관과 당 대변인을 거치면서 검증을 다 받았다고 자부한다. 거대 양당은 4년마다 인재영입을 하지 않나. 과거에는 그것을 수혈이라고 표현했다. 뭔가 체질이 허약하니까, 수혈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당을 통해서 성장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당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정호진은 22년간 오로지 '진보 정치·진보 정당'의 길만 걸었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이번 출마에서 유독 '노회찬 정신'을 강조했다. 앞서 노 전 의원을 '진보정치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말한 게 인상 깊었다. 22년 전 진보정당의 독자적 생존을 위해 뛰어든 정 위원장이 생각하는 '노회찬 정신'이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금기를 깬 정치인이다. 1958년 죽산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이 강제 해산되고 이듬해 사형당한 후 진보 정치는 우리 사회의 금기나 다름없었다. 민주노동당 창당 전 40여 년 동안의 한국 정치는 강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 소수자 등은 설 곳이 없었다."

◆"노회찬, 금기 깬 진보정치 프로메테우스"
 

정호진 정의당 공정언론특별위원장은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가짜정당 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정당 건설에 대한 비판이 많지 않았나.

"그렇다. 진보 정당 내부에서도 정당 창당을 굉장히 터부(금기)시했다. 권력을 쥔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많았다. 다만 노 전 의원을 비롯해 진보 정당을 만든 수많은 당원들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진보 정당을 만들었다. 승자독식 정치가 만연한 대한민국에 진보 정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정치의 균형점을 만든 것', 그것이 노회찬의 유산이다."

-'정치인 노회찬'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도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나.

"노 전 의원은 당심과 민심을 모두 아울렀다. 진보 정치인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당심과 민심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진보 정치에선 때때로 당심이 강화된다. 민심을 아우르는 것은 진보 정치의 확장과 직결한 문제다. 노 전 의원에게 배운 대로 정치하겠다."

-노 전 의원이 갖지 못한 정호진만의 장점이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여성이라는 점?(웃음) 노 전 의원은 내가 따라갈 수도 없다. 다만 '노회찬 정신'은 특정인의 소유물은 아니다. 많은 분들이 그 정신을 계승했으면 좋겠다."

◆"21대 총선, 진보정치 세대교체 신호탄"
 

정호진 정의당 공정언론특별위원장은 22년간 진보정치에 몸담은 준비된 정치인이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번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도 중요하지만, 진보정당 역사에도 한 페이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진보정당은 '포스트 노·심(노회찬·심상정)'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진보진영 세대교체의 분수령이라고 봐도 되나.

"21대 총선에 달렸다. 선거법 개정 후 정의당 의석수 확대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가짜 정당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외곽에서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나. 만일 민주당 비례대표 정당이 현실화한다면, 선거법 개정 합의 정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번 선거는 진보정당 20년 숙원인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이다. 진보의 세대교체를 위해 진보 정당에서 성장한 분들이 비례대표 앞 순번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쏠 수 있다."

-정의당이 세대교체 이외에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의당만의 정책 브랜드다. 정책적 입법 성과가 중요하다.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입의 중요한 원동력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 무상 시리즈였다. 당시에는 사회주의적인 공약이라고 비판받았다. 10여 년이 지나자, 어떤 일이 벌어졌나. 무상급식은 대한민국의 보편적 상식이 됐다. 이것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시대정신의 개척자가 돼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먼저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선도자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 2004년 이후 16년이 지났지만, 무상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정책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짜뉴스를 정조준하는 의정활동'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가짜가 판치고 있다. 가짜 정당이 출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서도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인식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 시야도 가린다. 가짜 뉴스는 미래통합당과 보수 유튜버들이 결탁해 언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대한민국 역사 변곡점마다 개혁을 이끌었던 핵심 당사자 중 하나가 언론이 아닌가."

◆"미래한국당, 6억 국고보조금 먹튀 한 날강도"
 

정호진 정의당 공정언론특별위원장은 "헌법 제10조인 행복추구권이 살아 움직이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및 다당제 시대를 열면서 많은 국민이 정의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진보 지지층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조국 사태'는 일종의 성장통이었다. 적절한 시기에 명확한 입장을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과정에서 당의 고심이 컸다.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쓴 약이 되리라고 본다."

-정의당 꼬리표 중 하나는 '민주당 이중대'다. 진보진영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정당이 가진 '특유의 래디컬'이 없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정의당은 '진보 정당의 본부중대'다. 낡은 정치 타파를 위해 매섭게 싸웠다. 개혁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늘 경쟁하는 정당이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법안의 경우 이중대든 삼중대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정치를 하느냐,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21대 국회에서 원내에 진입한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그리고 1호 법안을 과연 무엇으로 낼지도 궁금하다.

"이른바 '가짜 정당 방지법'이다. 미래통합당이 편법과 꼼수로 가짜 정당을 만들었다. 5명이 그쪽으로 위장 전입했다. 의정 활동도 안 했는데, 국고보조금 6억원을 꿀꺽했다. 날강도 아닌가. 세금 강탈이자, 국고 사기다.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은 어떻게 되겠나. 미래한국당으로 흡수된다. 국고보조금 먹튀 정당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기록될 판이다. 미래한국당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만든다면, 정의당의 총선 전략도 달라지나.

"바뀌어야 한다. 바뀔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진짜 정당과 가짜 정당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가짜 정당 미래한국당을 확실히 잡겠다."

-'포스트 총선'도 중요하다. 정의당만의 '진보집권 플랜'이 있나.

"3단계로 가야 한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진보 정당 숙원인 원내 교섭단체를 이뤄야 한다. 소수 정당, 군소 정당 꼬리표를 떼야 한다. 그러면 차기 대선에서 정의당이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을지 온 국민이 검증할 것이다. 이후 제1야당을 교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 테이프는 21대 총선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될 것이다. 진보정치의 전성시대를 열겠다."

-마지막으로 정의당 당원과 선거인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 헌법 중 가장 좋아하는 조항은 제10조 행복추구권이다. 아직도 법 테두리 밖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법 테두리 밖의 노동도 있고, 부와 교육 대물림도 여전하다. 차별받는 국민도 많다. 헌법 제10조야말로, 진보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정의당 비례대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행히도 정의당에는 '낡은 정치를 잡을 정의당의 입' 정호진이 있다. 1인 1표, 고민이 될 한 표를 잘 행사해 달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많은 쟁쟁한 후보들과 손잡고 21대 국회에 들어가겠다."
 

정호진 정의당 공정언론특별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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