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뺏긴 乙의 눈물]“기술자료 내놔” 뻔뻔한 갑질에 中企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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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02-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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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업자와 거래를 해오면서 그들의 요청으로 여러 기술자료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원사업자가 우리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A社 임원)

#“우리 쪽으로 품질개선 의뢰가 들어와 자체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원사업자 쪽에서는 상당한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납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는 우리 핵심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원사업자의 다른 협력업체를 통해 납품되고 있습니다.”(B社 대표)

중소기업계는 기업 간 거래에서 지속적인 기술탈취 피해를 입고 있으나 정부의 실효적 처벌이나 구제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그나마 하도급법이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일정 거래유형으로 제한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7가지의 거래관계를 담은 하도급법과 달리 30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또 ‘업’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아 넓은 영역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중소기업계가 상생법 통과를 희망하는 이유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상생법 개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상생법안에 대한 산자중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안 법안은 △위탁기업 입증 △손해의 최대 3배 배상책임 △유용금지 기술자료 미제공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수탁기업과 비밀유지협약 체결 및 미체결 시 과태료 1000만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상생법이 이처럼 강한 수준의 처벌 규정을 포함한 것은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탈취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재작년까지 5년간 기술유출 피해를 본 기업은 246개, 유출건수는 346건으로 총 피해금액만 5410억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피해는 막대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32.4%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수준이 낮다는 점도 상생법 통과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기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점수는 2014년 69.5점에서 3년 연속 증가하다 2018년 63.9점으로 전년(75.5점)보다 11.6점이나 급락했다. 규모가 작은 매출액 1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39.8점으로 더 낮은 수준이다.

해외에서도 상생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에 준하는 기업 핵심기술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다.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전환, 자료제출명령 등의 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 미국의 손해배상 판결액은 우리나라의 110배 수준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법원이 소송 전 양측이 가진 서류나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모독제가 적용된다. 중국 역시 지난해 11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 및 입증책임전환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6개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 중이나 중국보다 배상책임이 낮은 ‘3배’다.

일각에서는 상생법 통과 시 위탁기업이 거래처를 해외로 변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생법은 기술유용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선량한 위탁기업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무고한 위탁기업이 처벌받지 않도록 수탁기업과 위탁기업 간 공정한 입증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결국 해외로 거래처를 변경할 것이라는 주장은 위탁기업을 잠재적 기술유용 행위자로 인식한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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