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엔 성별 없다] 젠더리스 향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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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2-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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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레도·구찌 등 중성적향 부각 향수 출시

  • TPO·젠더리스 내세운 브랜드 '클린' 인기

향수에도 남녀 성별 경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성용·남성용을 굳이 구별하지 않는 향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젠더 뉴트럴 향수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0년에는 성 중립 향수가 17%에 불과했지만 2018년 출시된 향수의 51%가 성 중립적 향수다. 실제 구매자도 늘었다. CJ올리브영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남성 향수의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7% 증가했다. 

중성 향수로 대변되는 '니치 향수' 수요도 함께 느는 추세다. 올리브영이 향수 카테고리를 특화해 지난 10월 오픈한 대표 타운 매장 '올리브영 홍대'에서는 딥티크∙에르메스∙디올∙프라다 등 주요 프리미엄 향수 매출이 전월 동기간(1월 1일~11일) 대비 56% 늘었다.

[사진=코티코리아 제공]

지금까지 전통적인 향수는 여성용, 남성용 구분이 확실했다. 남성용은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로 나무향, 풀향 등을 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여성용 향수는 우아하고 상큼함을 강조한 꽃향, 과일향 등을 기반으로 한 향을 내세웠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광고도 경계가 뚜렷했다. 남성용은 검은색, 파란색 계열의 각진 용기가 대부분이었고 여성용은 분홍색, 하얀색으로 우아한 곡선 형태에 리본을 매고 있는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남자 향수 광고에는 근육질 남자 모델이 반드시 등장했고, 여성 향수 광고에는 여성들이 향수를 뿌리면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여성의 느낌을 자아내는 듯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젠더 뉴트럴 향수는 남자 향수에 메인으로 쓰이는 강렬한 머스크 향과 여성 향수의 프루티, 플로럴 계열 향을 믹스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상반된 매력의 향료들이 어우러져 개성 있는 향취를 선사하거나 우디나 레더 계열처럼 중성적인 향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레도의 '슬로우 댄스',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조 말론 런던의 '블랙베리 앤 베이', 향수 업계 처음으로 카모마일을 넣어 아로마틱 향조를 완성한 구찌 '메모아 뒨 오더'가 대표적이다.

유러피한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지난해 가을 성별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슬로우 댄스'를 출시했다.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 씁쓸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향수다. 슬로우 댄스를 뿌리는 즉시 느낄 수 있는 향은 백지향이다. 달콤하고 스모키한 감각을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이후 전달되는 라다넘 고무와 상쾌한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지막 잔향에서는 달콤한 바닐라와 이에 대조되는 쌉쌀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향기가 오래 지속된다.

올리브영 강남 플래그십스토어의 향수 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올리브영 제공]

구찌의 '메모아 뒨 오더 향수'는 구찌의 첫 유니버셜 향수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의 합작으로 만들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미네랄 아로마틱’ 계열의 향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로만 카모마일은 코랄 자스민 꽃잎과 만나 부드러움을, 고귀한 머스크와 만나 깊이감을 전한다. 따스하고 빛나는 샌달우드와 가볍고 미묘한 느낌을 주는 시더우드 또한 로만 카모마일과 조화를 이뤄 그리너리하고 아로마틱한 향을 선사한다.

패키지도 90년대 초반의 구찌 향수에서 영감을 받아 단순하게 제작했다. 밝은 그린 컬러의 투명한 유리병으로, 고대 기둥과 같이 홈을 새겼다. 반짝이는 금빛 뚜껑으로 마무리해 세련된 실루엣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도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에 따른 다양한 향기와 함께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젠더리스' 콘셉트를 내세운 향수브랜드가 있다. 올리브영에서 10여 종의 향수를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클린'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남성용과 여성용을 뚜렷하게 구분해 출시하던 향수 시장에도 ‘젠더리스’ 바람이 불면서, 국내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 향수,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향수가 최근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취향 소비’가 두드러짐에 따라 선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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