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잡으려다 '화들짝'…與, 임미리 교수 고발 취하

김도형 기자입력 : 2020-02-14 11:45
경향신문, '반박 칼럼' 실어주겠다 제안에도 고발 당내에서도 "문제가 있다" 비판 쏟아져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급하게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후 정정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철수'를 '특정 정치인'으로 고쳤다.

민주당의 조치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큰 반발이 일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윤호중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 전 총리의 요청에 대해 '저희 생각이 짧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 온 정당이다"며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 정당이다. 증오에 가득 찬 독설조차도 가치의 다양성 차원에서 용인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신념으로 싸워온 정당"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우리 민주당이 관용하는 자세를 좀 더 갖추었으면 한다"며 "임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자에 대한 고발을 철회해주시길 건의 드린다. 대구·경북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는 저를 포함한 우리 당 예비후보들, 한 번 도와달라"고 했다.

진보인사들의 날선 비판도 쏟아졌다. SNS상에선 #민주당만-빼고 #나도 고발하라 등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왜, 나도 고발하지. 나는 왜 뺐는지 모르겠네"라며 "낙선운동으로 재미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네요. 여러분, 보셨죠?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고 적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나도 고발하라!!!!!!!! 임미리 교수의 한점 한획 모두 동의하는 바"라며 "나도 만약에 한줌 권력으로 고발한다면, 얼마든지 임미리 교수의 주장을 한점 한획 거림낌 없이 반복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뒤늦게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유감을 표시하는 방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언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 역시 같은 안 위원장의 씽크탱크 '내일'에 몸담았던 것을 지적, "(장 대사에게선) 전향서라도 받았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짤막한 문자 메시지만 보냈을 뿐 공식적인 브리핑은 없었다. 해당 조치는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추진한 것으로, 당 지도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 당직자들은 고발 조치가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고발을 감행한 배경엔 4·15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군기'를 잡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윤 총장 역시 "대변인이 발표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입장을 문자로 전달했지 않느냐"고 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임 교수가 진보 지식인인 것처럼 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명백한 의도가 있는 칼럼을 게재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에 공감했다"면서도 "(고발에 대해선) 그다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정확하게 모른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대변해야 되는 것을 제가 대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홍 수석대변인이 말할 사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의 고발 조치에 앞서 임 교수의 칼럼에 대한 반박 칼럼을 싣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은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장을 나서며 임미리 교수 고발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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