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美 민주당 경선] 엇갈린 노익장...추락하는 바이든과 견고한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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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2-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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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반전 기회 만들 지에 관심 집중…샌더스 '트럼프 대항마' 경쟁력 증명해야

미국 대선 레이스 시작부터 민주당 선두 그룹을 유지하던 두 노익장 후보 운명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본격적인 경선 돌입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가장 안정적인 후보로 꼽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양강 구도를 만들어 냈지만, 여전히 본선 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피트 부티지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여론조사 추이. 지난 9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의 지지율이 역전됐다.[자료=리얼클리어 홈페이지 캡쳐]


◆바이든과 부티지지, 뒤바뀐 '오바마 키드' 운명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 초기 가장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후보다. 바이든은 경선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5위까지 추락했다. 

대선 레이스 시작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안정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주요 후보로 평가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바이든은 상위 순위권에서 한참 밀려났다. 지난 11일 뉴햄프셔에서 그는 경선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다음 유세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동했다.

바이든 후보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의외의 인물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부티지지는 아이오와에서 예상치 못한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과거 2016년 경선 당시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샌더스 텃밭'인 뉴햄프셔에서도 샌더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38세의 젊은 나이, 온건 개혁 성향의 부담없는 정치색과 컨설턴트·해군 장교라는 엘리트 이력, 동성애자라는 특이점은 민주당원들이 그를 '백인 오바마'로 부르는 이유였다.

당초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의 후계자는 바이든의 자리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앞설 경우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대선 본선에서 안팎으로 당에 부담감을 안겨주는 급진 성향이 아닌 온건-중도 성향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현지 언론들은 이에 적합한 후보가 바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그는 무려 36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높은 인지도와 정치적 경험, 민주당 내 중도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중도층을 아우르는 안정감과 무난함을 고루 갖춘 후보로 통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고령의 나이(76세, 1942년생)의 백인 남성이란 점에서 본선 부진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확장가능성이 부족한 약한 후보라는 것이다. 아울러 성추행 스캔들과 인종차별주의적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지지도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실제 두 사람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이를 의식한 장외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8일 바이든은 유세에서 “부티지지는 버락 오바마가 아니다”고 공세를 가했다. 다음날 부티지지는 “나는 오바마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지금은 2020년이고, 우리는 새 리더십을 요구하는 새로운 순간에 있다”며 백인 오바마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한 발언을 내놓았다.

다만 바이든에게 아직 반등할 기회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현지 매체들은 바이든이 다음주 이어지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 중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백전노장 샌더스, 경선 흥행 카드 넘어 트럼프 맞수로 자리잡아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2016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사회주의자로 급진 개혁 성향의 뚜렷한 정치 색채, 전국적 유명세와 명확한 지지층, 이미 두 차례의 민주당 경선 완주 경험이 장점이다. 

이런 이력은 그가 2강 구도를 형성했음에도 그저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가에 그치게 한다. 이러한 평가의 이면에는 지난 2016년 힐러리와의 경선의 기억이 크다. 만년 2위, 만년 민주당 경선 후보의 벽이 생긴 것이다.

샌더스는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아이오와에서 2위를 차지했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2위이기 때문에 선전했지만, 2016년에는 더욱 더 근소한 차이로 힐러리에게 졌다. 당시 지지율은 49.84%대49.59%, 0.25%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힐러리와 부티지지 모두 중도 혹은 온건 개혁 성향의 후보라는 점에서 감안했을 때 이번 경선이 2016년의 뼈아픈 패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더 많은 주요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후보들이 가져가는 표는 4년 전보다 더 줄었다. 샌더스는 자신의 텃밭 중 하나인 뉴햄프셔에서조차 간신히 부티지지를 이겼다.

무엇보다도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에 생기는 의문은 결국 그의 정치 성향 탓이 크다. 그의 급진 개혁 성향은 앞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이듯 대중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조차 부담감과 거부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의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이 이슈를 만들고 대중의 흥미를 끌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10년 가까이 화제의 중심에서 노출된 만큼 대중의 피로도가 생기는 등 역반응도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된다.

결국 관건은 샌더스 상원의원의 성향과 정책이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본선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는 지 여부다. 샌더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로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 향후 경선 1위 수성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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