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人사이드] 나치 망령 부활 조짐에 무너진 '미니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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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2-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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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 정당 AfD가 주도한 튀링겐주 총리 선출...독일 발칵 뒤집혀

  • 메르켈·크람프-카렌바우어, 수습 시도 무위..."두 번의 실패" 비판

'미니 메르켈'이라 불리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튀링겐주(州) 총리 선거의 여파다.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과 연대한 지도자가 탄생한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자가 사라지면서 독일 정국은 안갯 속에 갇혔다. 지난 1930년대 나치의 주류 정치 데뷔 무대가 되었던 튀링겐주는 90년이 지나 또다시 독일인들에게 '나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방송 캡쳐=Tagesschau]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7년 4선 당선과 동시에 일찌감치 차기 총리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위해 그는 총리의 정당 지도자 지위를 후임자에게 이양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초 메르켈 총리는 당시 자를란트주 총리였던 크람프-카렌바우어를 직접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해 중앙 정치무대에 세웠다. 그는 같은 해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고, 당시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우던 당내 우파를 포용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미니 메르켈'로 낙점된 크람프-카렌바우어의 정치 여정은 쉽지 않았다. 당의 지지율을 하락했고,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당초 장관으로 입각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뒤집고 국방장관직을 맡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일 튀링겐주(州) 의회의 주총리 선출 결과는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지도력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이날 나치 파시즘의 부활을 경계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계의 암묵적 약속이 깨진 것이다.

군소 정당에 불과한 자유민주당 소속 토마스 켐메리히 후보가 극우 성향 정당인 AfD의 몰표를 얻으면서 한 표 차로 당선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켐메리히 뒤에 일부 기민당 의원들의 지지도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는 좌파당과 사회민주당, 녹색당이 공동으로 내놓은 좌파당 소속 보도 라메로브 현 주총리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자유민주당 후보가 AfD의 지지를 업고 당선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좌파당·녹색당 연당은 흠집이 났으며, AfD는 튀링겐주 의회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자민당과 AfD 사이의 사전 협의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기민당의 중앙 수뇌부도 이같은 움직임을 알고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 중 하나인 사민당은 연정 파기까지 경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선거 직후 메르켈 총리와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튀링겐주 총리 재선거를 요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메르켈 총리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7일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중재를 위해 튀링겐을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결국 현 정국을 버티지 못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올여름 실시할 기민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 과정을 진행한 후 기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일주일을 넘기고도 여전히 수습되지 않는 '튀링겐 위기'를 두고 기민당의 "두 번의 실패"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는 현 독일 집권당 당수이자 '미니 메르켈'로 통했던 크람프-카렌바우어의 실패이자 동시에 현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실패라는 것이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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