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웅 리원량 사망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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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2-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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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상 제작, 호루라기 시위 등…리원량 마지막 메시지 '가짜뉴스'도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렸지만, 결국 그 병에 의해 지난 7일 숨진 후베이성 우한시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대한 추모 열기가 중국서 뜨겁다. 

신종 코로나 감염의 진실을 알리려다 '괴담' 유포자로 당국의 처벌까지 받았던 그를 중국인들은 '영웅'으로 떠받들며 추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소재 리원량이 입원했던 병원 입구에 놓여있는 꽃다발. 중국에서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8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마스크를 쓴 리원량의 흉상을 만드는 영상이 올라왔다.  산시성 시안의 조각가라는 양씨는 8시간에 걸쳐 리원량의 흉상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리원량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 아팠다”며 "의료 현장에 갈 수는 없지만 뭔가 의사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흉상을 만들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동면(겨울잠)'이라는 제목으로 리원량을 위한 추모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영상을 웨이보에 올린 이도 있다. 이밖에 중국 베이징의 퉁후이허(通惠河)의 흰눈이 덮인 강변에는 '리원량을 보내며(送別李文亮)'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리원량이 사망한 지난 7일엔 우한 시내에서 저녁 9시 전후로 10분 동안 일제히 소등을 했다가 다시 불빛을 밝히고, 호루라기를 부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내부고발자)'가 돼야했던 리원량을 추모하는 행위였다. 
 

베이징 퉁후이허(通惠河)의 흰눈이 덮인 강변에 '리원량을 보내며(送別李文亮)'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사진=웨이보]
 

중국 웨이신을 통해 리원량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라며 장문의 글이 퍼지기도 했지만 곧 가짜뉴스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글에는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려고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네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말을 했습니다'" 등등의 문구가 누리꾼들의 마음을 적셨다. 하지만 중국 현지매체인 양자만보(揚子晩報) 확인 결과 이 글은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뜨거운 추모 열기 속에 온라인에는 리원량의 부인을 사칭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도 퍼졌다. 이에 그의 부인은 결국 SNS 위챗을 통해 "어떠한 개인 기부도 받지 않는다"면서 "인터넷 상에 퍼진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한 소재 병원 의사였던 리원량은 지난해 말 자신의 환자들 중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사실을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중국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훈계서에 서명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며칠 후 리원량도 신종 코로나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7일 34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영상출처=유튜브 Pear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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