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커지는 국민연금…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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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2-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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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국민연금의 역할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중이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도입됨에 따라 국민연금이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관치와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기금을 기업의 압박수단으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기업의 위법 행위는 관련법을 통해 처벌하면 된다"며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기금설립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기금 운용에 대한 간섭은 금지하되 감독 기능만 수행하게 하자는 것이다. 대신 위원회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세계 최고의 기금운용 전문가들로만 위원들을 구성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독립성도 확보하면 된다는 게 최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국민연금의 역할론에 대한 제안들이 잇따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의 설치 근거가 시행령에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해당 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집행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만큼, 상위법에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한 축인 지역가입자단체에 농어업인, 자영업자, 소비자, 심지어 시민단체들까지 포함되는 것도 문제라고 최 교수는 꼬집었다. 위원회 구성원이 다양하다고 자동으로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이 사법적 심판대에 오르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복지부의 역할은 감독 기능에 국한하는 동시에 시민단체들도 위원회를 통한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역시 기금의 투자 및 운용 과정에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위원들이 참여하면서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사용자대표인 이상철 경총 수석위원은 정부와 노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네덜란드, 캐나다 등 세계적 연기금의 사례를 본받아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공모나 노사단체 추천을 받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금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이유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며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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