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카드 꺼낸 조원태, 금싸라기 땅 팔며 '조현아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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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2-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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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현동 호텔 부지, 왕산레저개발 매각 발표

  • -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 위한 안건도 의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반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의 애착사업이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건립 예정 부지와 요트 계류시설인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비주력 사업 연내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조 회장은 비수익 사업 매각을 요구했던 KCGI(강성부 펀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주주친화 전략' 카드도 꺼낼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은 7일 개최되는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서도 '반 조원태 연합군'을 정조준 하는 강도 높은 쇄신안으로 조 전 부사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 잃은 '반 조원태 연합'...주주친화정책 갖춘 조원태 

조 회장은 6일 대한항공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분쟁에서 다시 한번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이후, 본격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매각 계획을 통해 조 회장은 3월 개최되는 한진칼 주주총회에 앞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주주친화적'인 모습도 갖출 수 있게 됐다. 송현동 일대 부지(토지 3만6642㎥, 건물 605㎥)는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사모펀드 KCGI가 수차례 대한항공에 매각을 요구했던 자산이다. 조 회장이 KCGI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3월 주총에서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 측의 명분도 한층 약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흔적도 지울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과 레저 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송현동 땅은 그룹 차원에서 건립하기를 원했던 호텔 부지이고,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계열사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에 성공한다 해도 주된 영향력을 발휘할 분야가 사라진 셈이다.

아울러 경영진으로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일반주주의 마음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경영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 달성을 위해 발표한 ‘비전 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왕산레저개발도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다.  

◆지배구조 투명화 안건도 의결...독립성 강화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해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변경한다. 또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 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한편, 이날 KCGI는 공식자료를 통해 “현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CGI는 “(3자 동맹의)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이 뒤늦게 새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와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면서 “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의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CGI는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사진 = 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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