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나서는 보좌관] ②포항 남·울릉 한국 김병욱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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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2-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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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재 한국당 의원 보좌관…회관밥 18년 먹은 베테랑

  • “소위에서 일하는 날이 많을수록 국회가 국회다운 곳 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흔히 ‘초선 의원들은 당선된 뒤 적응하는데 2년이 걸린다.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는 시간은 2년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회자된다. 입법 활동이라는 전문 영역에 진입하는 일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보좌진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런 ‘적응 기간’이 필요가 없다. 일상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보좌진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 성적이 뛰어난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선 보좌진 출신의 ‘직업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다. 외부의 명망가를 ‘모셔오는’ 정치권의 인재 영입 방식 탓이다. ‘아주경제’는 오는 4·15 총선,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30~40대 젊은 보좌진들을 차례로 인터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여의도 국회의사당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실 옆엔 작은 방이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임위원회에 앉아서 장관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본회의장에 앉아 각 법안에 투표하는, 흔히 떠오르는 이런 ‘정치’는 국회가 하는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진짜 사회를 바꾸는 논의는 이 작은 방, 소회의실에서 이뤄진다. “밀실정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게 밀실정치라면 밀실정치를 해야 한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한 보좌관이 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김병욱(42) 보좌관이다.

고향인 경북 포항남·울릉 출마를 선언한 김병욱 보좌관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구시지부에서 선거운동을 도우며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이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의원실에서 인턴 비서로 보좌진 생활을 시작, 18년간 ‘회관밥’을 먹은 베테랑 보좌관이다. 김 보좌관은 5일 ‘아주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회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이 언제 일을 할지 정하는 일을 갖고 싸우는 것이다”며 “학생이 수업을 받거나, 시험을 언제 칠지를 갖고 매일 싸움을 하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하는 국회를 진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좌관으로 느낀 국회의 문제점은 뭔가. 당선이 된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
“국회의원은 프리랜서 같은 거다. 일종의 비상임이사라고 보면 된다. 근데 원 구성을 하든, 임시회 날짜를 잡든, 국회가 하는 가장 큰 일이 ‘언제 일을 할지’ 정하는 일을 갖고 시간을 끄는 거다. 학생이 수업을 받거나 시험을 언제 칠지를 갖고 매일 싸움을 하는 거다. 말이 안 된다. 자동으로 일하고 무조건 일해야 된다. 작년 7월에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됐다고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일을 안 하면 월급을 안준다거나 하는 강제성이 있어야 된다. 진짜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상임위 안에 소회의실이 있다. 거기야말로 국회가 일하는 곳이다. 저는 그 소위에서 일하는 날짜가 많으면 많을수록 국회가 국회다운 곳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밀실정치라면 밀실정치라도 해야 된다.”

김 보좌관은 한국당이 승리했던 두 번의 대선에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종합상황실 정세분석팀장을 맡아서 팀을 이끌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대선 당시엔 대표였던 강재섭 의원실에서 일을 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보좌진 출신 의원의 수가 현저하게 적은 편인데, 그는 “한국당이 계급정당이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대중정당인데 편향된 인적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에 보좌관 출신 의원이 민주당 보다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수정당 특유의 엘리트주의가 우리당의 근저에 깔려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관료로서 고위직을 맡았다거나, 율사 출신이라거나 어떤 분야에서 남들이 인정할 만한 지위에 오른 사람들을 인재로 충원하는 그런 관행이 있었다. 그런 분들이 필요 없다거나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국민을 위해서 뛰어다니면서 봉사하고, 행정부를 상대로 견제하고 지적할 수 있어야 되는데 너무 급이 높은 분들이다 보니 디테일한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당이 한 계층만 대변하는 계급정당이 아니고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대중정당인데 편향된 인적 구성이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좌진들이나 당 사무처 출신들은 충분한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실무에 밝다. 또 늘 선거를 바닥에서 치르기 때문에 민심에 밝아 밖에서 성취를 이룬 분들보다 더 빨리 센스 있게,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엘리트로 살아오신 분들은 보통의 국민들, 서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가 초등학생 마음을 모르는 것과 같다.”

-보좌관 출신 의원이 한국당에 필요한 이유는 뭔가. 도전하는 심정은.
“일반 기업의 경우에, 다른 기업에서 데려온 임원도 많지만 임원의 절반 이상 내부에서 올라간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턴으로 시작해서, 기업으로 치면 이제 부장쯤 달았다고 생각한다. 부장을 했으면 임원에 도전할 거 아니냐. 그런 심정이다. 외부에서 오신 분들은 당에 대한 충성심도 부족하고 승부근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늘 승승장구하며 살다보니 위기에 처했을 때 나서는 분들도 많이 없다. 상대당의 경우에 자기 당을 위해서 이미지가 구겨져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우리 당은 드물다. 다만 이번 국회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도 내부에서 사람 키워서 뽑자는 인식이 내부에 많이 공유가 되고 있다. 지난 번 총선기획단에서 당 사무처나 보좌진 출신에게 가산점을 30% 주기로 한 게 우리당 역사상 처음 나온 걸 거다.”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행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황교안 대표는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헌신적으로 일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머리까지 깎고 단식까지 한 지도자는 없었던 것 같다. 수십 년 정치를 한 지도자들이 할 일을 1년 만에 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당이 위기 상황인거다. 일부 당내 반발에도 통합을 이끌어 가는 걸 보면 ‘진짜 우리 당을 살려야겠다. 보수를 살리고 이 정부를 반드시 바꿔야겠다’는 그런 확실한 신념과 사명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제 하에서 야당은 반대당(opposite party)이다.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야당인거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더 나아지길 바라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작은 차이는 접어두고 하나로 뭉쳐서, 이 정권을 심판하는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김병욱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4·15총선 경북 포항남·울릉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보좌관 제공]

그가 출마하려고 하는 경북 포항남·울릉은 박명재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그는 박 의원을 “국무총리를 하실 수도 있을 만한 경륜과 덕망을 갖춘 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이 당의 외연 확대에 기여할 수 있고, 여러 상황에서 센스 있고 기민한 대처를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장으로서 한국 사회의 중추인 40대가 맞닿은 현실적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경북 포항남·울릉에 출마하시게 된 계기는. 박 의원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계기는 당연히 제 고향이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를 이곳에서 나왔고 고향이 이곳이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우리 고향에서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마음을 지금 먹은 거다. 박 의원은 우리가 만약 집권당이었다면 국무총리를 하셨을 만한 경륜과 덕망을 갖추신 분이다. 나이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역차별이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그런데 국민들이 아직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박 의원이나 포항의 기성 정치인들과 싸우려고 이번 선거에 나선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한국당을 믿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시원하게 레드카드를 던질 수 있도록 우리 당의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불쏘시개가 되고자 한다. 선배 정치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침반으로 삼고, 저의 열정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엔진으로 삼아 포항도 나라도, 당도 어제에 머무르지 않고 내일로 한 발 전진하도록 만들고 싶다. 저는 젊고 잠재력이 있다. 우리 사회의 중추인 40대가 겪는 문제와 직접 맞닿아있다. 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제도 저녁까지 기저귀 갈고 왔다.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다. 아내가 육아휴직 중인데 경력단절여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가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 부모님 노후 문제도 제 당면한 문제다. 부모님께선 지금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어르신을 돌보는 것도 국가가 해야할 일이다. 피부에 와닿는 이슈들이다. 보좌진 생활을 해보니 의원들도 자기 앞에 닥친 일을 더 열심히 한다. 그런 걸 많이 봐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포항의 당면한 문제는 뭔가. 지역구를 어떻게 바꾸실건가.
“우리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다. 산업화 시대엔 우리가 모범생이었는데 산업체질이 바뀌면서 정체되고 있고 슬럼프에 빠져있다. 인구도 지금 50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활력이나 도시를 바꿀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이제는 도시가 가진 역사성, 자연성을 새롭게 해석해서 도시를 살리는 콘텐츠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전남의 여수·순천을 봐라. 여수밤바다, 순천만 국가정원, 이제는 가보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울산의 경우에도 태화강 관리를 잘해서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았다. 포항을 보자. 동해로 흐르는 강이 한반도 남쪽에 두 개다. 하나가 포항에 흐르는 형산강이고 다른 하나가 울산의 태화강이다. 둘 다 경주에서 발원한다. 동해안의 고대 문명이 신라의 경주에서 만들어진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포항은 형산강이라는 역사성, 자연성을 갖고 있고 동해엔 영일만과 호미곶 등 바다와 산이 다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병욱 보좌관 프로필

△1978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 연일초 △포항 영일중 △포항 포항고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세분석팀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전문위원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김병욱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4·15총선 경북 포항남·울릉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보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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