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르포] "봉쇄령에 발 묶이고, 외출 못하고…" 중국 현지 분위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중국 특별취재팀
입력 2020-02-05 16:3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교통 통제로 발 묶여···집에도 못 가고

  • 결혼식, 장례식도 NO! "이틀에 한번만 외출 허가"

  • "방문자 실명등록, 체온측정 기본" 아파트 단지 '봉쇄식' 관리

“칭다오(靑島)로 가는 고속도로가 전부 봉쇄됐어요. 칭다오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 막혀서 결국 서울행 항공편을 타지 못했습니다.”

중국 산둥(山東)성 중소도시 타이안(泰安)시가 고향인 중국인 장(張)씨. 서울에 직장이 있는 그는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갔다가 갑작스레 고속도로 봉쇄령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당분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고속도로가 언제 다시 재개될지도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중국 일부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봉쇄'된 모습. [사진=웨이보]


◆교통 통제로 발 묶여···집에도 못 가고

지난해 12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에서도 인구 이동을 차단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5일 0시 기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4324명, 사망자는 490명에 달했다. 하루에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3887명, 65명 늘었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는 신종 코로나 전염병이라는 '중대 돌발 공공위생 사건'에 대해 가장 높은 1급 대응을 하고 있다. 1급 대응엔 고속도로 봉쇄 등 교통 통제도 포함된다. 앞서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도 지난달 30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봉쇄를 네 시간 앞두고 기습 통보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장씨의 말에 따르면 춘제 연휴를 보내기 위해 타이안에 갔던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4일 밤 산둥성에 1급 대응령이 떨어진 이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춘제 연휴 시작과 함께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때다. 

당장 산둥성 기차역, 공항, 버스 터미널 등 곳곳서 체온 측정이 실시돼 발열 증상이 있는 경우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이어 26일부터는 인구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산둥성 밖으로 여객버스 운송이 아예 금지됐다. 27일 0시부터는 후베이성을 거쳐 온 모든 차량의 산둥성 진입이 막혔다. 산둥성 내 각 도시간 버스 운영도 전면 금지됐다.

산둥성 기차역, 공항, 터미널, 부두, 고속도로 톨게이트, 휴게소마다 검사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산둥성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랑 접촉했는지 등을 상세히 신고해 등록하도록 했다. 체온 측정은 기본이다. 

장씨의 고향인 인구 500만명의 중소도시 타이안 시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지에 나갔다 온 주민들은 현지 정부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현지 정부에선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후베이성을 다녀온 전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영화관도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웨이보]


◆ 결혼식, 장례식도 NO! "이틀에 한번만 외출 허가" 

신종 코로나 전염병 여파로 춘제 연휴 기간 타이안 시내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이 흘렀다. 지난달 26일 저녁 6시부터 타이안시에서는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이 일제히 끊겼다.

극장, PC방, 목욕탕, 공원, 헬스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은 영업이 중단됐다. 호텔이나 식당에서 춘제 기념 가족 모임은 물론 결혼식, 장례식을 여는 것도 당분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의 다른 도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모임은 물론 외출까지 최대한 자제시키는 모습이다. 

현재 우한 다음으로 전염병 확산이 심각한 후베이성 황강(黃岡)이 대표적이다. 황강시 정부는 지난 1일 긴급 통지문을 내려 모든 시민들의 외출을 불허했다.

통지에 따르면 한 가구당 한 명씩, 이틀에 한 번만 생필품 구입을 위해서만 외출이 가능하다. 이외에 병원 방문, 방역 작업 근무, 상점이나 약국 근무를 제외한 모든 외출은 사실상 불허했다. 이를 어길 경우 공안에 체포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저장(浙江)성의 원저우(溫州)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등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외출자제령을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까지 발동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봉쇄식' 관리를 하고 있다. 이곳을 출입하는 방문자마다 실명 등록과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 "방문자 실명등록, 체온측정 기본" 아파트 단지 '봉쇄식' 관리

중국 곳곳 아파트 단지는 아예 '봉쇄식'으로 관리해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시키는 한편, 외부인과 차량의 진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산둥성 옌타이(煙台)에 사는 천(陳)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천씨는 아파트 단지마다 전담 요원을 두고 방문자 실명 등록과 체온 측정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택배원 등 외부인의 단지 내 출입도 금지됐다. 택배와 음식 배달은 배달원과 고객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무접촉 배송 방식으로 시행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엘레베이터에 비치된 일회용 티슈. [사진=웨이보]


일부 아파트 엘레베이터 버튼 옆에는 일회용 티슈도 비치했다. 손잡이, 버튼 등에 환자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면 이를 접촉한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국은 마트에 생필품을 사러 가는 것도 최대한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가오신(高新)구에 거주하는 왕(王)씨는 지난 3일부터 굳이 야채나 과일을 사러 마트에까지 가지 않는다. 매일 오전 아파트 단지 코앞에 배달 트럭이 와서 신선한 야채, 과일을 팔기 때문이다. 현지 정부가 주민들의 외출을 막기 위해 한 농산물유통센터와 협업해 마련한 배달 서비스다. 

종류는 30위안(약 5000원), 50위안짜리 두 가지다. 30위안짜리 봉지 안에는 브로콜리, 오이, 버섯, 향채 등 7종의 야채가 들어있다. 50위안짜리는 종류가 더 많다. 주민들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어 결제한 후 알아서 봉지를 가져가면 된다. 샤오씨는 "가격도 최저가"라며 "멀리 마트까지 나갈 필요가 없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산둥성 웨이하이시 가오신구의 야채배달트럭 서비스. [사진=웨이보]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