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파는 사람들 : 소믈리에②] 우리는 다른 '물'에서 논다... 워터 김하늘 · 티 김진평 소믈리에

박연서 인턴기자입력 : 2020-02-03 06:30
◈ 소비의 트렌드가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유의 종말’ 저자이자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0년 전,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그가 말한 접속은 김난도 교수(서울대)가 정리한 올해 소비 트렌드 ‘스트리밍 라이프’에 가까운데 소비자가 소유보다 다양한 경험을 얻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지난 2016년 아마존 소믈리에 서비스가 시작됐다.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찾고 구매하기 편리하게 이뤄져있다. 하지만 기자는 소믈리에가 제공하는 경험의 영역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반문한다.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를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직이라 정의한다. 이전보다 더 섬세한 맞춤 서비스를 원하는 사회에서 뜻 깊은 경험을 판매하며 소믈리에 영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와인으로 시작해 워터와 차로 가지 친 두 소믈리에를 만났다.

 

[사진=플래티늄 제공]

◇ 일상 속 물의 가치를 찾는 워터 소믈리에 김하늘

소믈리에가 와인을 관리하면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와인을 추천한다면 워터 소믈리에(water sommelier)는 물맛을 감별하고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물을 안내한다. 미시적으로 물 페어링은 와인의 서포터 역할을 한다. 2001년 시작된 워터 소믈리에는 전 세계 70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500여명이 한국인으로 가장 많다. 아카데미에서 자격을 취득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정부, 협회, 대학기관에서 관여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더좋은물을 운영하는 워터 소믈리에 김하늘(29)씨는 2014년 제 4회 워터 소믈리에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국가대표다. 김씨는 어떤 물이든 다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의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 물과의 매개체가 되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길 원하는 김하늘 워터 소믈리에를 만났다.

“우리가 물 종류에 개의치 않는 것 같아도 생각보다 많이 고려하고 있어요. 조금만 달라져도 물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유예요.”

김씨는 비싼 물보다 자신에게 맞는 물을 찾아 꾸준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자신에게 맞는 물은 ‘내가 언제 다 마셨지?’ 놀랄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이다.

김씨는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 워터 소믈리에를 준비하던 대학교 4학년 시절, 경험에 갈증을 느껴 대학생만의 패기로 무턱대고 찾아간 강남 신세계 백화점 워터 바에서 1년간 근무를 했다. 그곳에서 하루 평균 400여명의 손님을 만나며 쌓은 빅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그해 워터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했다.

수분 보충을 위해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데일리 워터, 레스토랑에서 페어링으로 마시는 테이블 워터, 피부 미용 등의 목적을 갖고 마시는 힐링 워터로 구분 지어 고객을 맞이한다. 항암 치료를 하던 고객이 그가 추천한 힐링 워터를 꾸준히 마시고 체질을 바꾸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한 병에 4,800원 고가인 물을 상자 채로 정기구독하는 고객이었는데 체질이 변하고 병이 나아 더 이상 그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진단받자 김씨는 기분 좋게 환불해드렸다고 한다. 그는 “손님과 만나는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일상생활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고유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워터 소믈리에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사진=김진평 소믈리에 제공]

◇ 대중의 입맛으로 소통하는 김진평 티 소믈리에

티 소믈리에(tea sommelier)에게 다짜고짜 취향을 말하고 차 추천을 부탁했더니 단번에 애플 시나몬티를 추천했다. 기자가 평소 가장 즐겨마시는 티였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믈리에는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김진평 티 소믈리에(31)는 “많은 손님을 받지 않아도 계절을 잘 담아낸 차(茶)로 그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한다. 티 브랜드 하심(下心) 공장 내 차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그를 만났다.

와인 소믈리에를 준비하던 김진평씨를 차(茶)로 본격 전향하게 한 건 대학 시절 지도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뒤였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다가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 와인을 마시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차와 물을 마신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겨 준비를 단행했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우롱차(무이암차, 武夷岩茶)에 관심이 생겨 차의 성지로 불리는 중국 복건성 무이산 차 학교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김씨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남동에 작은 찻집을 열었다. 카페가 아닌 전통 찻집을 고집하며 인사동, 북촌에서 시작하지 않은 이유를 “타깃이 기존과 달랐다”고 설명한다. 원래부터 차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이 타깃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밀크티부터 시작했다. 김씨는 싱글 티(single tea)를 커피의 아메리카노에 비유한다. 지금의 아메리카노가 대중화 되기 전까지 라떼, 캐러멜 마끼야또, 프라푸치노가 있었던 것처럼 대중이 달달한 흑당밀크티와 말차를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드라이한 싱글 티를 찾는 시기가 분명 올 것이라 기대하는 바이다.

어떤 음료보다 다양한 맛과 향을 갖고 있어서 차에 매력을 느낀다는 김씨. 연남동의 작은 찻집을 오픈한지 오래지 않아 하심(下心, 겸손한 마음)이라는 티 브랜드로 확장했다. 티 소믈리에로서 그의 최종 목표는 제주도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오래지않아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제철 과일, 나물, 약재, 향신료로 어울리는 차로 지나가는 계절의 경험을 담아내는 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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