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르포] 면세점·백화점엔 ‘열화상 카메라’…감기걸린 직원은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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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서민지 기자
입력 2020-01-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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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면세점·유통가 ‘초비상’…중국 고객 감소 우려에 특별대응

  • 한한령 해제 기대하던 뷰티업계 '매출 급감' 우려...약국 마스크만 불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동 본점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고객을 맞고 있다. 데스크에는 손세정제도 비치돼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并非所有的中国人都是患者。(모든 중국인이 환자는 아니에요).”

28일 점심께 서울 명동의 한 면세점 앞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황쯔쉬안(黃子軒·28)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하자 조용히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등에서 일고 있는 ‘중국인 입국 금지’ 여론에 대해서도 “韩国人和中国人应该互相帮助。(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도와야 한다)”고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춘절 연휴가 2월 2일까지 연장돼, 호텔 투숙 기간을 다음달 1일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황씨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우리 국민들의 중국인들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4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호텔·면세점, 백화점 등 유통가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늘고 있던 방한 중국인 수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시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와 함께 내국인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 크다.

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중국인 출입이 가장 많은 면세점은 특히 초긴장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이갑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상시 대응체계를 갖췄다. 모든 직원 일일 발열 체크 의무화(발열 직원 조기 귀가 후 의료기관 진료)를 실시하고 △매장 및 인도장 근무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매장 및 인도장 주2회 방재소독 실시 △손 소독제 매장 내 배치 확대(안내데스크 및 계산대 등) △고객 마스크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고, 담당 부서(안전환경)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 지침에 의거해 위기 단계별 안전 및 위생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도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은 직원·고객 대상 특별 위생관리에 돌입했고 손소독제·세정제·물티슈를 구비했다. 감기에 걸린 직원은 완치할 때까지 연가 대신 공가(公暇)를 적용한다. 또 불필요한 회의와 회식, 단체 활동은 당분간 금지된다. 식품관 등의 시식을 전면 중단하고, 전 직원은 위생마스크를 의무착용해야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설 연휴 직전 명동 본점에서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게이트 등에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또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1시간마다 소독, 손소독제 비치 등 조치를 시행 중이다.

호텔업계도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은 열화상 카메라 설치, 직원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비치 조치를 취했다. 특히 롯데호텔은 중국인 고객 중 발열이 발생해 당일 노쇼를 해도 수수료 없이 취소해 준다. 서울신라호텔도 롯데호텔과 유사한 보건안전 조치를 시행 중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공항, 관광지 인근 편의점도 비상이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은 가맹점주와 알바생 등에게 위생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토록 하는 등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감독 체계를 갖췄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사스와 메르스 때 학습 효과로 방역과 개인위생과 관련해 철저한 대응 채비를 갖췄다”면서도 “사드 보복 이후 올해 들어 유커 확대를 기대하던 차에 신종 코로나 이슈가 터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로비 안내 데스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사진=롯데호텔 제공]


이런 가운데 뷰티업계는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1시 평소와 달리 명동 일대 화장품 가두 매장은 매우 한산했다.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매장 밖에서 중국어로 공허한 호객 행위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은 인근 약국에 길게 줄을 서며 '마스크 사재기'만 할 뿐이었다. 바로 옆 화장품 매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명동의 C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 춘절 효과를 기대했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다”면서 “본사에서는 위생안전 지침이 내려와 매장 직원 모두가 마스크를 의무 착용 중”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 “현재 중국은 국가 비상사태라, 당분간 방한 중국인 급감이 예상된다”면서 “방한 중국인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 상승이 눈에 띄던 주요 브랜드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뷰티업계 특성상 실적이 면세시장 매출과 연결되는 만큼 줄어든 중국인 수요는 매출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일부 화장품 대기업의 경우, 면세점의 매출 이익기여도가 60% 이상으로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위축 여부가 올 상반기 실적에 특히 중요하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 면세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6월 -42% △7월 -57% △8월 -38% △9월 -12% 하락세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같은해 3분기 면세 매출은 전분기 대비 각각 -26%, -4% 급격하게 감소했다. /석유선·서민지 기자 stone@
 

28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KF94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구매고객의 99%가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전했다.[사진=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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