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예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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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1-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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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혁신을 (일으키고) 미래의 예술가를 기르는 이곳에 예술가의 꿈을 꺾었던 사람이 총장으로 오는 것은 모욕이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광장에서 진행된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퇴진을 위한 공동행동'에서 성기완 계원예술대학교 교수가 송 총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공동행동에 참석한 이들은 계원학원과 교육부에 각각 송 총장 임명과 임명에 대한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청와대에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전·현직 관료들 학교 복귀하지 못하게 후속 조치 강구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송 총장이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된 2013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실행 계획 문서를 작성한 책임자로서 ‘예술대학’의 총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만든 ‘문화예술계 불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2013년 말부터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와 관련된 청와대 지시사항에 대한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문체부는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이라는 문서를 작성했는데 이 문서에는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경우 적극적 배제조치를 취하거나 반정부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단체·개인은 보조금을 지원배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동행동 측은 "송 총장이 보고서(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를 통해 문화예술인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주 수 있는 검열 계획을 세우고 집행했다"고 주장한다.

송 총장은 2014년 10월 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지시사항들이 이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건전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실행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계원예대 학생들도 송 총장의 퇴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 총장 임명 한달이 지난 지난해 9월 2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1681명 중 1668명이 총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사로 나온 한솔빈 계원예대 학생은 “블랙리스트는 문화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공동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조리하고 부정의한 현 사태를 규탄하고자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계원예대 총장 퇴진 공동행동을 구성했다”라고 주장했다.

신민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집행위원은 “공감능력의 결여된 것이 문제”라며 “송 총장은 단순한 가담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치시대 (맡겨진 일을 한 것 뿐이라고 한) 아이히만도 사형을 당했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지난해 8월 1일에 임명됐다.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운동 등은 지금까지 있어왔지만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계원예대 측은 “아직까지 다른 입장은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의 상고심 선고가 오는 30일에 있을 예정이다. 송 총장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기소되지는 않았다.

28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대 총장 퇴진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이 있었다. [사진= 신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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