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가뜩이나 어려운데"…소비 심리 위축에 경기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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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이서우 기자
입력 2020-01-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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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 급감 우려

  • 여행·관광·유통 등 서비스업 심각한 타격 불가피

  • 국내 확진자 늘어날 경우 국내 소비 심리도 위축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관광객 감소,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우리 내수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과거 사례를 봐도 대형 전염병은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2.0%에서 올해 2.4%로 성장률 목표를 올려 잡은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통업체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한령 풀리니 '우한 폐렴'··· 여행·관광·유통업계 우려↑

작년 말부터 온기가 돌던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최근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600만명)보다 최대 25% 늘어나 7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연초부터 우한 폐렴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줄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우리 서비스업에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제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당장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적색 경보를 울리기에는 아직 이르며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아직은 연휴 소비 심리가 남아 있어 우한 폐렴 영향으로 방문객이 줄었다거나 하는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체들은 직원들이 외국인 관광객과 직접 접촉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인력 관리와 사업장 방역에 나섰다. 롯데백화점과 호텔은 지난 24일부터 국내외 모든 지점에 대응 수칙을 전달했다. 비접촉식 체온계와 열 화상 카메라 등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살피는 중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업계 파장과 국가적 우려가 커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확진자 늘어날 땐 피해 눈덩이

국내에서는 아직 확진환자가 많지 않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메르스 등이 발생했을 때도 경제적 충격이 상당했다.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포인트(연간 성장률 0.25% 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도 사스로 인해 모두 감소했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002년 212만명에서 2003년 194만명으로 줄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도 같은 기간 53만9400여명에서 251만2700여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가을 신종플루가 크게 번졌던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연간 성장률을 0.1~0.3% 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그해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으로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불과했다.

◆정부, '우한 폐렴' 시장 영향 긴급 점검

정부는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잇따라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한 폐렴을 주요 안건으로 간부 회의를 열어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국내 확산 상황 등에 따라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관련 동향을 철저히 점검·분석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확대 거시경제 금융 회의도 열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각각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보라매병원을 찾아 '우한 폐렴'과 관련,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8일 오전 홍 부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예산 지원 및 경제영향 최소화 점검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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