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젠더이슈] 수평화 노력에도 평등 어려워하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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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입력 2020-0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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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남녀 직원 수평화 문화의 정착을 위해 젠더이슈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견이 맞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평등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여성 직원 유니폼을 전면 폐지하고 있다. 2018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신한·BNK부산·DGB대구은행 등이 여성 유니폼 폐지 행렬에 동참했다. 은행들은 차별적 요소를 해소하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유니폼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니폼 폐지의 실질적인 남녀평등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을 중심으로 유니폼 폐지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입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유니폼 폐지에 앞서 5급 이하 여직원 1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5%의 반대의견을 접수했다. 경남은행은 올 상반기 자율복 근무제 도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여직원 61%가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대구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최근 유니폼 폐지가 결정되면서 1주일에 한 번 자율 복장을 입고 일을 하는데도 옷차림에 신경 쓰는 여직원이 많다"면서 "옷값이 더 들어간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남성 직원에 대한 차별 해소 제도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장려'에 대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금융권 분위기상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은행의 '2018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에 들어간 여성 직원(604명) 대비 남성 직원(42명)의 비율은 6.9%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여성이 340명이고 남성이 14명으로 4.11%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남성 21명, 여성 842명으로 2.49%, 하나은행은 여성이 1076명, 남성 10명으로 0.92%를 기록했다.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고용불안정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은 사업구조를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희망퇴직으로 8661명을 내보냈다.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은행원의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고위급 임원들의 퇴직이 주를 이뤘지만 육아를 분담하기 위해 높은 희망퇴직 비용을 받고 은행을 떠난 남성 직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영천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원은 "지방 군소도시의 규모가 작은 지점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언제 직원이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1~2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지점이동은 물론이고 복직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런 불편함을 줄이고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신한·KB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에 편입됐다.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는 블룸버그가 기업의 공시자료,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양성평등이 우수한 230여개 기업을 선정하여 개발한 주가지수다. 양사는 이를 통해 여성 직원 비율을 제고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등을 통해 남녀평등에 앞장서기로 했다.

또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은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자율 협약을 맺고 관리 직위의 여성비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시중은행 창구 전경 [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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