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시장 열리나] 시진핑 방한에 게임업계 '한한령' 해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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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1-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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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사드 배치 사태 이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제로'

  • 중국 게임 시장 규모 26조원으로 한국보다 10조원 이상 커... 한국 게임 수출국 1위

  • 중국 게임사, 한국 공격적 진출... 구글 앱마켓 매출 톱10 안에 4개가 중국 게임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길이 뚫리면 수혜를 입게 될 대표적인 업종이 게임이다.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의 최대 수출 국가였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추가 게임 수출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 공습은 매년 거세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중국 게임시장이 열리길 염원하고 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약 26조원에 이른다. 한국(14조2902억원)보다 10조원이상 큰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게임 수출국 1위는 중국(30.8%)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라는 PC 게임으로 2017년과 2018년 중국에서 연 1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넥슨 연매출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그만큼 게임업계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은 34개월째 막혀있다.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탓이다. 중국은 한국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막으면서 한국 게임의 수입을 금지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2017년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한 한국 게임은 단 한 건도 없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얻는 일종의 허가권을 말한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판호를 받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게임사를 제외한 185개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며 의도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한국 게임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한국 게임의 수출 증가율은 2017년 80.7%에서 2018년 8.2%로 급격히 하락했고, 중화권 수출액도 2017년 35억8340만 달러(약 4조1531억원)에서 2018년 29억8134만 달러(약 3조4553억원)로 대폭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구글플레이 국내 게임 매출 순위 50위 안에 드는 중국산 게임은 12개였으나, 2018년 16개로 늘었다. 20일 기준, 구글 앱마켓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상위 10위 중 4개가 중국 게임이다. 중국 상하이 소재 게임사인 릴리스게임즈의 ‘라이즈오브킹덤’이 3위, 다른 중국 게임사인 4399가 개발한 ‘기적의 검’이 5위, 이유게임의 ‘샤이닝라이트’가 9위, 요스타가 서비스하는 ‘명일방주’가 10위를 차지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16억5737만 달러(약 2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의 안방을 차지한 건 지난해 11월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중국계 게임사인 미호요와 IGG는 메인 출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앞자리에 부스를 꾸렸다. 미호요 부스는 인기 모바일 게임 ‘붕괴 3rd’를 즐기려는 게임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IGG 부스는 신작 게임 ‘갤럭시 모바일’을 해보려는 이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지스타 2019 메인 스폰서인 슈퍼셀도 정면 뒤쪽에 대형 부스를 꾸렸다. 슈퍼셀은 △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를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핀란드 게임사로, 2016년 중국 텐센트에 인수됐다. 슈퍼셀은 이번 지스타에서 총상금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내걸고 브롤스타즈 e스포츠 대회를 열어 주목받았다.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거세지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한 피해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한국 게임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의 판호 발급 거부의 시작이 한국의 사드 배치 탓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나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같은 대형 게임사들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 게임사들은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국 수출길을 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중국 판호 발급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게임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제10대 한국게임학회장에 취임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판호 문제가 시진핑 주석 방한 시 협상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외교부가 행동에 나서길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국 판호 문제 해결의 기대감으로 넷마블의 목표 주가를 상향했다. 펄어비스와 드래곤플라이, 베스파, 네오위즈, 조이시티, 컴투스, 액션스퀘어, 넵튠, 엠게임, 게임빌, 한빛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의 주가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 17일 기준, 전일 대비 주가가 2.42% 오른 19만4700원을 기록했고, 같은 날 네오위즈는 전일 대비 0.82% 오른 1만8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1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유니버시티클럽에서 열린 제10대 한국게임학회 출범식 및 학회장 취임식에서 위정현 신임 학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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